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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13. 2022

교촌의 문장들

경주 교촌마을의 모든 야경에는 이야기가 있다. 

"가본 적이 없는 곳이라서"라며 가보지 않았던 곳에 발을 내딛지 않으면 그 사람에게 보이는 세계는 점차 좁아지게 된다.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은 다채로움 그 자체다. 어떻게 걸어야 한다는지에 대한 법은 없다. 그냥 자신만의 발걸음으로 걸어서 그 풍경을 썼다면 다른 사람들은 그 모습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보다, 느끼다, 읽다, 이어주게 된다. 

경주의 교촌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자리한 월정교를 보고 있으니 이곳에 왔었는지가 가물가물해졌다. 경주는 와보기는 했는데 점과 점이 이어지지 않은 선의 여행을 해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흐름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단절된 단상으로 기억을 하는 듯하다. 월정교의 화사함이 경주의 옛 영화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 월정교는 경상북도 경주시 교동에 있는 통일신라시대에 지어졌던 교량이었는데 조선시대에 유실된 것을 2018년 4월 국내 최대 규모의 목조 교량으로 복원하였다. 경주시의 신라 왕경 8대 핵심유적 복원 정비사업 중에서 첫 번째로 완성된 월정교의 복원은 경주 월성과 남산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준다. 

한옥마을의 야경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은 전주의 한옥마을과 경주의 교촌마을이 대표적이다. 안동의 하회마을이나 아산의 외암 민속마을은 저녁에는 조용하게 돌아봐야 되는 곳이다. 삶 전체의 여행이 궁극적으로는 이 순간에 내딛는 발걸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궁극적인 목적지는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미래가 당신을 위해 보관하고 있는 무언가는 지금의 발걸음에 달려 있다. 

교촌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의 돌장승이 서 있다. 이곳이 경주의 교촌마을이다. 마음의 꽃과 입속 향기라는 말이 있다. 밤에도 피어나는 꽃이며 풍겨 나오는 향기처럼 좋은 시간을 보내본다. 

교촌마을에는 오래된 한옥과 건물, 새롭게 채색된 인테리어의 건물들이 혼재하고 있다. 높은 돌담길보다 낮은 돌담길이 좋다. 말은 문체가 없어서 한 번 입에서 내뱉게 되면 흔적이 없어져 사라지지만 다른 이 에게는 남는다. 이러한 까닭에 글이 귀함이 있다. 

특색 있는 먹거리들이 있는 곳이다. 경주의 보문관광단지와 같은 곳에서만 몇 번 머물러서 그런지 이곳은 조금 새롭게 다가왔다. 온몸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나 자신을 쓴다는 것이고 나의 삶을 그린다는 의미다. 

개인 카페로 보이는데 여유 있는 공간에 석탑을 전시해두었다. 요즘에는 이런 전시가 일반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비움의 미학을 그대로 보여주어 나머지 공간에 자신의 생각을 머물게 해주는 것이다.  

월정교를 건너서 교촌마을을 돌아보고 내려와 다시 강에 비친 월정교를 바라보았다. 통일신라시대에 이런 건축물을 보았던 사람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잠시 통일신라시대로 돌아가 본 시간이었다. 돌다리 위에 서서 보니 정면에 보이는 월정교가 뚜렷하게 보인다. 파블로 피카소는 눈으로 본 것을 그린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본 것을 그렸다고 한다. 이날 마음으로 본 것은 형형색색 야경의 피아노 줄에 달린 물결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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