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Dec 15. 2022

겨울왕국

눈이 포근하게 내린 화성의 상신 도시숲

눈이 내리는 날에는 춥고 낮인데도 불구하고 어둡게 느껴진다. 2022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의 겨울색은 순백의 눈과 얼음이 가득 찬 갈색 톤이었다. 변화를 가장 잘 드러내는 계절이 가을이지만 겨울의 변화는 흑백으로 표현할 수 있다. 1845년은 아일랜드의 감자 기근이 시작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림 속에 죽어갔다. 이후 아일랜드인들은 희망을 찾아 떠난 신대륙 아메리카에 떠나게 만든 사건이었다. 그 해에 덴마크의 동화 작가인 한스 안데르센은 동화를 출간한다. 한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렸던 겨울왕국 시리즈의 바탕이 되었던 눈의 여왕이라는 작품이다. 

올겨울 들어 화성시에 가장 많이 눈이 내린 날에 화성시 상신 도시숲을 찾았다. 이곳은 화성시의 계획도시 중 하나로 상신리라는 지역이다. 화성시 향남읍 상신리 산 107-1 국유림 부지에 42,008㎡ 규모로 ‘상신 도시 숲’이 개장된 것이 지난 2017년이다. 

왕벚나무, 느티나무, 청단풍나무 등 2,000여 그루의 꽃나무가 식재돼 울창한 숲을 이루며, 산책로, 잔디마당, 운동시설과 숲 속 움막, 인디언 집, 통나무 징검다리 등 숲 체험활동이 가능한 시설들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눈이 얼마나 많이 내렸는지 발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천천히 겨울왕국이 되어버린 화성의 상신 도시숲으로 들어가 본다. 눈의 여왕을 쓴 안데르센의 동화가 사랑을 받은 이유는 가난하고 우울한 현실을 꿈과 환상의 동화적 세계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가난했지만 안데르센은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났고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눈이 많이 내려서 필자가 가장 먼저 발자국을 낼 수가 있었다. 잠시 이곳은 북유럽 감성이 있는 곳으로 변신을 했다. 이제는 모두 변해버린 단풍과 낙엽, 이제 가지만 남아서 위로 솟구쳐 올라간 나무들과 눈과 갈색 외에는 다른 색을 찾아볼 수가 없는 곳이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TV나 OTT 등에서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방영된다. 구두쇠 스크루지가 등장하는 크리스마스 캐럴도 있지만 어릴 때 읽었던 감동적인 동화인 한스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가 아닐까. 상신 도시숲은 처음 와본 곳인데 인기척이 없는 가운데 흰 눈이 내린 곳을 걸어보니 내면을 바라보게 된다. 안데르센식의 동화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것을 지향한다. 

이곳에 내린 눈은 차갑지만 차가우면서도 땅속은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눈이 내리면 물도 자연스럽게 많아진다. 상신 도시숲은 조용한 곳이다. 

도시, 마을 또는 교외 즉, 인간이 거주하는 지역에 의해 영향을 받는 공간 내에서 자라는 숲 또는 공원녹지 등이 도시숲인데 미관 향상이나 도심의 열섬 현상의 방지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세계적으로 많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

도시 속에 있지만 자연 속에 놀거리가 있는 곳은 숲 속 모험 놀이동산이다. 통나무 다리, 인디언 움막, 평상, 모래놀이터, 통나무 징검다리, 링 던지기, 숲 속 움막, 솔방울 등을 던져볼 수 있다. 

목표가 분명한 삶의 여정을 떠날 때 그 과정에서 성장하고 성숙해지며 겨울에 눈이 내렸다가 봄이 되면 눈에 덮였던 층이 벗겨지고 땅이 드러나듯이 깊이를 드러낼 수 있을 때가 있다. 

때론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날 상신 도시숲은 겨울왕국으로 변해 있었고 잠시 화려했던 가을은 모두 덮어버리듯이 하얀색 세상으로 바뀌어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설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