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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29. 2022

머니 엔트로피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들

세상에 중요한 변화의 대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지난 10여 년간 전 세계를 비롯하여 한국사회도 가치관뿐만이 아니라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중에 기술적인 변화도 있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변화가 가장 컸던 것으로 보인다. 돈이라는 거품을 잔뜩 부풀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정상적인 일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덕목이 되어가는 것처럼 인식되었다. 그 과정 속에서 독버섯처럼 그 심리를 파고드는 각종 사기의 씨앗이 뿌려졌다. 아주 극소수의 두드러진 성공사례(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가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꼬드겼다. 비정상이 정상화가 되어 사람들의 사고를 마비시키면서 시장의 적정가치를 훼손시켰다. 


15년 전쯤 일본은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다. 일본의 인구감소 역시 심각한데 당시 청년세대들은 이미 미래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지 않고 있었다. 대박 찬스라던가 순간을 즐기기 위해, 욕심을 주체하지 못해 생긴 빚들은 적지 않은 청년세대들을 좀먹고 있었다. 미래가 더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면 지금 이 순간을 소비하는데 최선을 다하게 된다. 가상화폐라던가 가치가 없는 주식, 부동산 영끌은 마비된 이성에서 눈앞에 기회에 몰입하게 만든다. 딱 지금의 한국사회는 15년 전의 일본의 모습과 닮아가면서 빚의 무게에 눌리기 시작하고 있다. 


돈은 큰 가치를 지향하면 할수록 작고 아름다운 것들이나 소박하지만 빛나는 가치를 보지 못하게 된다. 즉 너무 자극적인 것에 노출되면서 웬만한 것에는 자극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주 위험한 선택도 별다른 저항 감 없이 하게 된다. 주변을 보면 과거의 향수를 가지고 계속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자신이 선택하는 삶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는 대신에 유튜브나 미디어에서 노출시키는 것에 의해 자신조차 맞추어지면서 끊임없이 무언가만을 갈구하게 된다. 


지금 SNS의 알고리즘은 자기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만 모아줌으로써 특정 신념과 편견에 노출되고 그것을 학습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소셜미디어가 거짓을 확산하는 스피커가 되어가고 있으며 이를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그저께 숨어서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다. 일론 머스크 같은 사람이 자기 멋대로 떠들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이 신뢰라던가 오피니언 리더라서가 아니라 돈이 많기 때문에 신뢰를 부여하는 것뿐이다. 사회가 그렇게 간다면 확산되어가는 머니 엔트로피는 매우 위험한 곳으로 흘러가게 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과 옳은 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인데 사람들은 희한하게 그걸 연결시킨다. 


위기나 위협 역시 다른 형태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기회나 도전도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만 반대의 영역에도 같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위기는 공평하지 않게 다가오게 된다. 공식적으로 빌려줄 수 있는 최고이율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야당은 반대를 하겠지만 그것은 대안이 없는 국민을 위한 척이 될 수밖에 없다. 현실로 내려와 보면 사람들이 사는 사회는 그렇게 돌아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돈은 우리 사회를 돌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마치 우리가 살아 있기 위해 혈관계로 피를 뿜어내는 심장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심장을 벗어난 혈액은 심장 박동으로 생성되는 파동에 따라 대동맥을 통해 흘러가게 된다. 파동은 흘러가다가 장벽을 만나게 되면 반사를 하게 된다. 계속 분기점을 따라 흘러갈 때마다 반사가 되는데 임의의 망에서 에너지 손실이 최소화하는 쪽으로 진화를 했다. 고혈압은 에너지 손실이 최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강하게 흘러가기에 반사로 인해 손실이 일어나면서 신체에  무리를 주는 것이기도 하다. 


모세혈관과 같은 곳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의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의 손끝이 다쳤을 때 느리게 피가 배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심장에서 뿜어내는 에너지는 손실이 되면서 망의 계층 구조를 따라 점점 내려갈수록 파동이 점점 잦아들다가 그냥 천천히 흘러가게 된다. 우리가 맥을 잴 때 주요 동맥에서 맥을 잰다. 즉 변화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 혈관에서는 거의 맥박이 잡히지 않으며 느리게 움직여야 혈액을 통해 운반되는 산소가 모세혈관의 벽을 통해 세포에 전달될 시간이 충분해진다. 


우리 게 정말 필요한 것은 구석구석에 전달되는 산소다. 경제의 중심에서 힘차게 밀어내는 큰 돈은 사실 현실에서 그렇게 필요한 경우가 많지 않다. 힘차게 파동을 치면서 빠르게 움직이는 것만을 보고 있으면 변화가 보이는 것 같지만 중요한 것은 보지 못하는 것이다. 경제 역시 그런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며 돈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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