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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2. 2023

머니 엔트로피

전세대출은 부동산의 거품을 키웠다. 

필자는 문정부 때에 어떤 부동산 정책을 내놓는 것보다 기준금리를 올리고 전세대출을 축소해버리면 부동산에 붙은 불을 끌 수 있다고 여러 번 말한 적이 있었다. 이미 들어오는 돈의 물길을 막을 수 있는 정책 같은 것은 없다. 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것은 결국 물줄기를 말리는 것 외는 방법이 없다. 돈의 물줄기는 흡수하는 방법과 공급을 축소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다. 그러나 욕을 먹기 싫었던 문정부는 실책에 실책을 거듭했다. 원래 전세대출이라는 것은 소득이 부족한 사람이게 아주 기본적인 주거공간을 갖추기 위해 보조해주는 수단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 대출을 확대하기 시작하면서 부동산에 낀 거품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정말 돈이 있어서 아파트를 구입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렛대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전세다. 전세가 없다면 우리는 작년에 이어 올해 집값의 폭락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전세를 기반으로 저금리로 돈을 빌리면 아주 수월하게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 여기서 전세대출은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아니라 집주인들의 레버리지에 이용될 뿐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시장원리에 따라 전세금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온갖 공공기관에서 보증해주면서 이상하게 시장에 개입해서 거품을 부풀리기만 했다. 


만약 전세대출의 기준이 그렇게 높아지지 않았다면 자연스럽게 그런 전셋값은 형성이 될 수 없다. 모두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우선 전세금을 바닥에 깔아놓고 집값이 시작한다. 어찌 집값에 거품이 안 끼일 수가 있을까. 게다가 집이 있는 사람조차도 자신이 전세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데 이용했다. 시장원리도 적용하지 않고 오로지 집값을 떠올리는 데 사용된 전세대출은 이제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오고 있다. 전세대출이 없었다며 그렇게 높은 집값을 감안하고 집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얼마 안 되는 돈을 전세대출 + 영끌 + 일부 자기 자본을 넣어서 집을 사고 난 후에 집값이 떨어지면 얼마 되지 않는 자기 자본은 연기가 되어 사라져 버린다. 그나마 그 정도라면 다행이지만 영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돈이라는 것은 편안한 인생을 만들기도 하지만 인생의 지옥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어떤 경험은 매우 자극적이면서 그 기억을 잊지 못해 영원한 굴레에 갇히게 만들기도 한다. 돈으로 만들어진 거품에서 빠르게 추락하고 있는데 전세대출 역시 소득을 기반으로 한계를 적용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전세대출의 한도가 정해지면 전세는 시장원리에 의해 하락하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어찌 전세대출이 서민복지인지 잘 모르겠다. 왜 모든 사람이 비슷한 공간에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가. 


무능력했기 때문에 전정부가 그렇게 된 것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특정직업군을 과대대표하는 정치인들 때문이기도 하다. 가장 평범한 직업군에서 나온 사람들이 정치를 한다면 그렇게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영화 관상에서 나왔던 것처럼 파도를 만드는 것은 바람(사실 달의 중력이다. 아마도 그 관상가는 물리학을 잘 몰랐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이다. 그 바람이 아래에서 불어오다가 위에서 불어오기 시작했다. 그저 달이 가까이 와서 파도가 높이 올랐을 뿐이다. 이제 낮게 쓸려가면서 모든 것이 빠져나가고 있다. 돈 역시 그렇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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