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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5. 2023

절대반지

모든 힘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 

오래간만에 필자의 반지의 사진을 찍어보았다. 반지의 제왕에서 나온 고대요정어로 문구를 새길 때만 하더라도 희미하게 보이더니 시간이 지나 이제 또렷해졌다. 반지의 재질이나 가치와 상관없이 이 반지는 세상에서 하나뿐이 없는 반지다. J.R. 톨킨이 창조한 언어로 쓰인 이 반지는 그만큼의 무게감이 있다. 지금 반지의 제왕이라는 소설은 5권, 6권, 7권 시리즈등으로 나뉘어서 출간되었지만 필자가 이 소설을 처음 접할 때만 하더라도 3권으로 오래전에 나온 것뿐이 없었다. 반지의 제왕이라는 소설을 제대로 읽는 사람을 만나볼 수 없었던 때였다.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는 솔직히 재미있게 읽지는 않았다. 그 내용보다 글에서 느껴지는 어감등이 무척 낯설었다고 할까. 책을 그렇게 읽었어도 잘 읽히지 않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그런 스타일의 글을 다시 접한 것은 바로 반지의 제왕에서였다. 서사시를 읊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스토리를 그리고 싶은지 좀처럼 그 세계관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걸 인내하고 참으면서 읽는 순간 그 세계는 어느 순간 열렸다. 반지의 제왕은 위대한 소설이자 영화이기도 하다. 지금도 한 가지 영화만 볼 수 있다고 하면 단언컨대 반지의 제왕을 선택할 것이다. 지금 나오는 모든 MMO RPG 게임의 원형은 모두 반지의 제왕에서 나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이런 세계관을 만든 것은 위대한 J.R. 톨킨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반지의 제왕에서 모든 존재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반지는 바로 절대반지다. 모든 힘을 가졌으며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며 가장 큰 힘을 동원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큰 힘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이다. 유혹하는 반지의 힘에 가려져 자신을 잠식해가는 그 욕망과 탐욕, 스스로까지 붕괴시키는 그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가 쉽지 않다. 영화 속에서 9명의 나즈굴등은 인간세계의 왕들이었다. 절대반지를 가지고 있던 사우론이 그들을 다스리기 위해 준 9개의 반지에 잠식되어 결국 죽지도 살아있지도 못한 사우론의 종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그려진다. 


J.R. 톨킨의 인간의 세상을 명확하게 바라보고 통찰했다. 사람은 그 힘에 중독이 된다. 그 힘을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사람이 많지가 않다.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가 되려면 그 힘의 이면에 책임이 얼마나 큰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보통 사람처럼 살려면 그런 자리에 가면 안 된다. 최근 이태원 참사에서 보듯이 어떤 자리에 있는 사람은 일상처럼 살아가면 안 되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우매함을 보게 된다. 

모든 사람이 절대 반지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면 세상은 온톤 혼란하고 아비규환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동원할 수 있고 자원을 사용할 수 있으며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반지를 자격이 되는 사람에게만 주는 것이다. 그것이 고위공직자의 자리다. 그 사람은 그런 힘을 가진 반지를 자신이 끼고 다니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모든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럴 생각이나 자세가 안되어 있다면 그 반지를 빼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반지의 제왕에서는 보잘것없는 호빗족들보다 힘을 가진 존재들이 많이 있다. 그들은 그 반지가 가진 힘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지만 그 결과가 세계의 파멸 혹은 어떤 종족의 파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종족들이 모여서 호빗족인 프로도에게 그 무거운 짐을 지게 한다. 자신들은 그 반지의 책임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J.R. 톨킨의 매우 영리한 캐릭터의 설정이다. 

세상에 행운과 불운이라는 것은 사람의 관점에 불과하다. 아무런 욕심을 부리지도 않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하게 살기만을 바랬을 뿐인데 왜 자신에게 그런 일이 오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넘친다. 세상에 태어난 순간 사람에게는 짐이 지어진다고 생각한다. 그 짐은 모두에게 제각각의 모습으로 찾아온다. 어떤 때는 힘든 길을 직접 선택해야 하며 욕심이 있더라도 내려놔야 할 때가 있다. 사람의 삶은 매일매일이 시험에 들게 하는 것이다. 바로 앞에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그 시험결과는 반드시 찾아온다. 보이든 보이지 않든 간에 사람에게는 누구나 걸맞은 반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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