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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30. 2022

오래된 물건의 카페

옛날 옛적의 보건소가 바뀌어버린 청양 춘소커피 

2022년이 얼마 안 남은 청양의 하늘은 청명했고 공기는 맑았으며 내린 눈은 아직 녹지 않아서 겨울의 감각을 기쁘게 해 주었다. 눈이 내린 곳을 돌아다니다가 본 개울은 반짝이며 때론 즐거운 물소리를 내고 있었고 동화 같은 이야기는 어쩌면 친숙해질지도 모르는 한국의 부유 한가운데 빈곤과 현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에게도 동화가 필요할까. 동화는 아이들보다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어른들이다. 아이들은 이미 자신감과 기쁨을 어디서 찾아야는 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걸 줄여가면서 자라면서 된 것이 어른이다. 어른들은 그래서 오래된 익숙한 것들을 찾아다니며 옛날 감성을 느끼려고 하는 것이 있다. 그걸 레트로라고도 부른다. 

이곳은 청양의 남양면의 보건소였던 건물이다. 보건소로 사용되다가 쓸모가 없어진 건물이었지만 지금은 춘소커피라는 다소 이상한 이름의 작고 아담하고 소박한 카페로 탈바꿈하였다.  일명 오래된 물건의 카페라고 할까. 

이곳 카페의 느낌은 무언가 무심한 느낌이었다. 무심하지만 무언가 반응해 소리를 낼 것 같은 공간이랄까. 기교라던가 기술 같은 것은 없으며 마음속의 반향을 만들어낸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통창을 내지 않았기에 자그마한 창으로 빛을 받아들였다. 유럽에서는 창의 면적으로 세금을 매기던 때가 있었다. 지금의 빛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그만큼 건물에서의 채광은 상당히 중요했었다.  

마치 집의 한 공간을 꾸며놓은 것처럼 보인다. 이곳에서 옹기종기 앉아서 따스한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그때의 추억을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아늑해 보이지는 않지만 오래되어 보이기는 한다. 오래되어 보이는 것은 우리의 기억 때문일지도 모른다.  

놓인 것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들을 한다. 사람은 변화하고 진화하는 환경에 있는 모든 것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꿈꾸기도 한다. 밀레의 그림과 의자, 누군가가 앉아 있으면 좋을만한 공간과 아래에는 오래되어 보이는 레코드판이 놓여 있다.  

옛날에는 보건소가 이렇게 작았던가. 우리는 모두 의료적인 치료가 필요한 때가 반드시 온다. 그런 것이 없다면 그 사람은 천운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기도 하다. 누군가(주로 경제적인 약자들)를 치료했던 공간은 이렇게 작고 비좁은 곳이기도 했다. 

트럼프카드가 놓여 있으면 좋을만한 분위기의 공간이다. 이곳에는 4명 이상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은 없다. 물론 억지로 어떻게든 앉으면 되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는가 싶다. 트럼프의 카드 4개는 모두 4원 소설의 의미를 담고 있다. 공기를 담당하는 스페이드나 물을 담당하는 하트, 흙을 담당하는 다이아몬드, 불을 담당하는 클럽인데 스페이드 에이스가 가장 특별한 대우를 받는 이유가 있다. 바로 세금 때문이다.   영국정부에서 세금을 매기는 방법으로, 트럼프 카드 52장 중 스페이드 에이스를 찍어서 이걸 납세 인지처럼 스페이드 에이스만 조폐창에서 인쇄하였다고 한다.  제도의 영향으로 스페이드 에이스 카드는 위조를 막기 위해 일부러 매우 정교하고 화려하게 문양을 만들었고, 이를 구매한 카드 생산 회사들이 거기에 보태 자기 회사 로고를 그려 넣었던 것이다.  왜 스페이드 에이스가 화려한지 이제 짐작이 갈 것이다.  

우리는 때론 이곳 춘소커피집의 소품처럼 공간 안에 갇혀 살기도 한다. 트럼프 카드의 인물들(다윗, 아테나, 오지에 르 다노아, 카를루스 대제, 헬레네, 라 이르, 율리우스 카이사르, 라헬, 헥토르, 알렉산드로스, 잔 다르크, 랜슬롯 등)처럼 오래도록 기억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디지털로 만나는 것에도 온도가 있다. 물론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면 열이 나긴 한다. 그건 사람이 느끼는 온도와는 다르다. 어떤 글들은 사람의 눈빛과 같기도 하고 숨결처럼 느끼게 하기도 한다. 모든 것에 강약이 필요하듯이 삶에도 강약이 있다. 그걸 평생 해야 되니까 피곤하기도 골치가 아프기도 하지만 그러니까 살아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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