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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16. 2023

서산 흰 당나귀 cafe

서산한우목장의 산책로가 알프스로 바뀔까요. 

가난하지만 눈이 내리는 그곳을 좋아했던 사람이 있다. 눈이 폭폴 쌓이는 밤에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간다면 이곳만큼 괜찮은 곳이 있을까. 탁 트인 곳에 시선을 가리는 것이 많지 않은 곳이 서산에 있는데 그곳에는 한우목장이 자리하고 있다. 아름다운 나타샤가 자신을 사랑했다고 말하는 시인 백석은 당나귀를 시의 주제로도 사용했다. 

매번 이곳을 지나가도 볼 것이 많지가 않았다. 때론 소들이 떼를 지어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대부분 평탄한 언덕에 마치 제주도를 온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하는 곳이었다.  

해가 저물고 어둑어둑해졌을 때 음료가 한잔 마시고 싶어졌다. 서산 한우목장을 가다 보니 새로 오픈한 것 같은 작은 카페가 눈에 띄었다. 이름하여 흰 당나귀라는 카페다. 멀리서도 홀로 서 있어서 잘 보인다.  

이렇게 좋은 자원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고 한다. 서산 알프스로 탈바꿈할 전망인데 2023년까지 52억 원을 들여 운산면 용현리 일원 서산한우목장(구 삼화목장)에 2Km의 웰빙 산책로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흰 당나귀의 메뉴판을 살펴본다. 이곳을 운영하는 분이 백석이라는 시인을 알고 있어서일까. 아무튼 흰 당나귀와는 전혀 상관없는 호박식혜를 주문했다. 

음료를 주문하고 창밖으로 보이는 서산한우목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곳 산책로에는 초원 위 1.6km의 데크길과 목장을 한눈에 조망할 전망대, 포토존이 들어설 예정이다. 입구에는 107대 수용 규모의 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갖출 것이라고 한다. 

건물은 작지만 아담하고 따뜻한 느낌이 든다. 서산 한우목장의 주변에는 다른 건물들이 없어서 유독 잘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시집을 여러 권 놓아두어도 좋을 듯하다. 

평안 방언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언어들을 시어로 끌어들이고 고어와 토착어를 빈번하게 사용함으로써 시어의 영역을 넓히고 모국어를 확장시켰던 사람이 백석이다. 글을 쓰더라도 단지 읽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시각 외에 청각과 후각, 촉각, 미각 등 거의 모든 감각을 글에 담을 수 있다. 

잠시 화장실을 이용해 보았는데 깔끔한 것이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다. 

음료가 나오는 동안 많은 것도 살펴보았다. 따뜻해 보이는 천에 꽃그림과 식물들의 그림이 걸려 있다. 모든 것에 궁금함을 가진다면 할 것이 많아진다. 빛에 대해 궁금증을 풀어낸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열여섯 살 때 광선을 따라잡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물음표를 떠올렸다. 

다양한 모습의 닭들의 모습이 눈에 뜨인다. 우리는 자주 그런 말을 한다.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분명히 무언가가 먼저 시작이 된 것은 분명한데 말이다. 

드디어 주문한 호박식혜가 나왔다. 살짝 걸쭉하면서도 시원한 맛의 호박식혜다. 호박식혜를 만들기 위해서는 늙은 호박과 단호박 모두 필요하다. 아무튼 다음에 이곳에 올 때는 한우목장에 웰빙 산책로룰 걸어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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