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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3. 2023

청주기록원의 아카이브

청주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시민기록관

사람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그림을 그렸다가 지우기도 하고 그 위에 덮어쓰기도 한다. 어느 곳이 되었던지간에 살아가면서 삶을 영위하면서 기록을 남기게 된다. 그 기록은 보이는 형태가 될 수도 있고 디지털의 형태로 저장이 되기도 한다. 아마도 스마트폰에는 자신 삶의 대부분이 담겨있을 수도 있다. 누군가가 나의 기록을 영구 저장해준다면 어떨까. 잊히기를 바라는 사람의 마음도 있겠지만 기억해주길 바라는 사람의 마음도 있을 것이다. 

청주라는 도시를 보면 다른 도시와는 다른 시도를 하는 것들이 눈에 뜨인다. 작년 12월에 개관한 시민기록관은 청주기록원 1층에 자리하고 있는데 청주 시민이 기증한 다양한 기증물을 보관·전시함으로써 청주의 어제와 오늘을 내일로 잇는 역할을 하게 될 곳이다. 

자신의 기억을 가지고 시간여행을 하는 영화도 여러 편이 나왔고 사랑을 찾아서 끊임없이 시도하는 영화도 나왔다. 타임슬랩이라기도 하지만 우리의 기억은 한번 지나가면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기억을 영구 저장해준다면 어떨까. 

이곳은 청주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모든 활동은 사람과 사람으로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수돗물을 언제부터 마셨을까. 지금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수를 마시지만 오래전에 물을 길어먹던 시절에 수돗물은 혁신적인 식수원이었을 것이다. 청주에는 1912년 무심천 제방에 여과 장치를 처음으로 만든 상수원을 만들어두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시민기록관의 공간 중 사람人을 그리다는 공간에 눈길이 갔다. 시민기록관은 800㎡에 아카이브 史(사:역사)·아카이브 人(인:사람)·아카이브 展(전:전시) 등의 전시실을 비롯해 아카이브 樂(락:체험), 아카이브 休(휴:쉼), 아카이브 務(무:업무) 등을 갖추어두었다. 

사진을 찍다 보면 오래 전의 사진에서 새로운 생각을 볼 때가 있다. 아무리 같은 화각과 같은 풍경이라도 사람의 눈은 미묘하게 다르다. 그렇기에 자신이 찍은 사진과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에 구분이 간다. 그럴 때 보면 조금 신기하기까지 하다. 분명히 같은 화각인데 필자가 찍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정확하다. 

세월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으로 청주에는 정말 많은 문화자원들이 있다. 일명 기록과 연결되는 '아카이브'(archives)란 영어로 정부나 관공서, 기타 조직체의 공문서와 사문서를 소장·보관하는 문서국 또는 기록보관소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기록관과 같은 공간은 많이 알지만 일반인들도 자신의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기록하지 않으면 성장하지 않으며 기록하지 않으면 가치라던가 보물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지만 기록이 습관이 되다 보면 자신의 발자국이 자신을 얼마나 성장하는지 알 수가 있다.  

청주시민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조용히 돌아보면서 청주 사람들은 이렇게 살았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엿볼 수가 있다. 

오래된 비디오와 레코드판, CD는 지난 시간을 고스란히 돌아보게 한다. 지금도 집에 레코드판이 많지는 않지만 옛날에 샀던 LP들은 옛날기억을 소환해주기도 한다.  

불과 30년전까지만 하더라도 타자기는 필수적인 것이었지만 지금은 옛날의 향수가 되었다. 

서랍을 하나씩 하나씩 열어서 보면 필자와는 인연은 없지만 어딘가에 있었을 사람의 모습들을 찍은 사진이나 소장품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유명인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기록은 소중한 유산이다. 오늘날 우리의 기록은 역사가 되며 미래에 전할 유산이 될 수가 있다. 청주기록원은 공공기록물뿐만 아니라 시민기록을 발굴 보존한다. 

문화도시를 지향하며 문화도시를 통해 거버넌스를 구성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민들에게 많은 것을 배려해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천 년 역사를 간직한 청주는 예로부터 터가 넓고 사람이 많다고 했던 도시이기도 하다.  

오늘도 내일도 우리는 끊임없이 무늬를 만들면서 살아간다. 물론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고 최대한 침대와 친하게 지내면서 일어나기를 거부한다면 몰라도 오늘도 내가 걸어갔던 길에 삶의 무늬가 찍힌다. 누군가에게 그런 내 삶의 무늬와 같은 어깨를 밟고 필자 역시 누군가의 무늬를 밟아가면서 성장한다. 그것이 기록이 가진 힘이다.  


#청주시기록원 #시민기록관 #청주시민기록관 #청주기록원

www.cheongju.go.kr/archives/index.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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