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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31. 2022

적과의 동침

적과의 동침을 촬영했던 청양의 지천 마을

한국전쟁은 이 땅에 많은 흔적을 남겼다. 우선 사람들의 생각자체를 바꾸어버렸으며 오랜 시간 이념논쟁은 지금까지도 끝이 나지 않았다. 한국전쟁을 직접 기억하는 세대는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한국전쟁은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고 휴전상태의 한반도를 상징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적지 않게 나왔다. 2011년에 개봉했던 적과의 동침이라는 영화도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그린 영화다. 산골짜기에 살고 있던 마을 사람들과 북한군과의 소통을 그린 영화였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주혁과 려원이 주연을 맡은 영화의 촬영지는 청양의 지천이 흐르는 이곳 지천 마을이라고 한다. 전쟁도 소문으로만 듣는 것으로 설정된 평화로운 오지 마을 석정리와 어울리는 곳이다. 실제 이곳에 지나가는 차량도 많지가 않다.  유학파 엘리트 장교 ‘정웅’은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 뒤에 따뜻한 미소를 숨기고 있는 인물로 나오며 정려원은 순박하면서도 당돌한 석정리 최고의 신여성 ‘설희’로 분해 따뜻한 시골 처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는 길목에는 이제 다른 출렁다리로 인해 조용해진 지천계곡의 출렁다리도 잠깐 들려본다. 이곳은 물레방앗간 유원지로 지천계곡에 자리하고 있어서 여름에는 그래도 사람들이 적지 않게 찾아가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지천을 따라 들어가면 영화 적과의 동침 촬영지가 나온다.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내려다보면 한반도 지형처럼 보인다. 세월이 흘러서 그때 촬영장면들은 퇴색되었지만 이곳이 촬영지라는 것은 자세히 보면 알 수가 있다. 전쟁은 파괴적인 혼돈과정을 만들어낸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은 듯하다. 

청양의 구곡마다 이렇게 눈이 녹지 않아서 설경을 보여주고 있다. 청양도 이렇게 눈이 한 번 내리면 쉽게 녹지가 않는다. 지천은 칠갑산에서 발원한 계곡의 한 줄기로 어을하천과 작천을 지나 지천을 이룬 후 금강으로 흘러들어 간다. 도로를 따라 차를 타고 달릴 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좋은데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50~60년대에 어울릴 만큼 때 묻지 않은 하천과 계곡도 볼만하다. 


지천이 흘러가는 길목에는 청양군 남양면 온직리 산 9-1 신도비가 있는데 삼도 수군 총괄을 했던 삼도통어사를 지냈던 조유장군의 비다. 1633년(인조 11)에 처음으로 설치된 삼도통어사의 정원은 1명으로 경기도 수군절도사가 겸했다. 삼도통어사는 뒤에 폐지되었으나, 1789년(정조 13)에 다시 설치되었으며, 1893년(고종 30)에 폐지되었다고 한다. 

다시 지천을 따라 갈길을 가본다. 역사 속에서 수많은 인물을 만나다 보면 문득 나중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생각해볼 때가 있다. 삼도통어사자리에까지 올랐으면 상당히 많이 알려졌을 텐데 지금은 검색을 해도 찾기가 쉽지가 않다. 이곳을 흐르는 지천의 물은 그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 

이 부근은 조유장군과 같은 평양조씨가 모여살았는지 집성촌의 흔적들이 있다. 묘소는 청양군 남양면 온직리 산 9번지 酉坐에 모셔졌고, 동소 싸리티 대 181번지 숭모사(崇慕祠)에서 매년 11월 둘째 일요일 시제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영화촬영지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역사 속의 인물을 찾아보게 된다. 아래쪽으로 내려와서 지천이 흐르고 있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국전쟁 당시 자신이 살고 있던 마을에 찾아온 인민군을 마을사람들이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인민군들 역시 마을사람들을 형, 누나처럼 따르며 정을 쌓았다는 실화가 지천마을에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데 영화는 그걸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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