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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31. 2022

담는다는 의미

국립부여박물관의 기획전시전 '흙에 담다'

어떤 것은 가장 솔직하면서도 거짓이 없다. 사람들이 땅을 좋아하는 이유는 땅에는 기본적으로 흙이 있기 때문이다. 흙은 모든 생명체를 품어주기도 하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것들을 통해 다른 것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 숭고함으로 인해 흙은 작품으로 탄생하기도 했다. 이광수가 일제강점기에 쓴 소설 흙은 농촌출신의 변호사와 서울 대부호 딸과의 혼인 그리고 지식인, 민족정신,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했던 작품이었다. 흙이라는 것은 태어난 곳이자 되돌아가야 할 숙명적인 근원지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흙을 다루는 기술은 상당히 중요했다. 2022년 10월부터 2023년 1월까지 국립부여박물관에서는 백제기술 흙에 담다가 전시되고 있다. 생활의 터전을 주고 또 마지막에는 다시 돌아가야 할 흙과 땅을 순박함과 참됨이 예술에 만들어졌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이번 특별전은 흙이라는 재료에 주목하여 백제인의 흙 다루는 기술과 소조상의 예술성, 흙을 매개로 주변 국가와 교류한 내용을 담아보았다. 불교 사찰에서 만든 소조상은 수량과 제작 기법에 있어 삼국 중 단연 으뜸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보로 지정된 백제금동대향로는 흙으로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다. 금동대향로와 같이 금속품을 제작할 때 금속을 녹여 틀에 붓고 모양을 만드는 주조기법을 사용하는데 고온의 액체 금속으로 인해 녹거나 변형이 생기지 않아야 하고 가스가 잘 배출되는 통기성이 필요한데 가장 적합한 재료가 흙이다.  

흙은 공학적으로 많은 활용성을 가지고 있다.  피세 드 테르(pisé de terre)라는 방법은 금속물을 만드는 거푸집과 유사하다. 거푸집 속에 흙을 다져 넣은 뒤 굳어지면 거푸집을 들어내는 방법은 오래전부터 거주공간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백제에서는 종류와 크기가 다양한 토기를 만들어왔는데 그릇에서도 그 특징이 잘 드러난다. 뚜껑이 있는 굽 달린 사발이나 손잡이 달린 그릇은 곱게 정선된 태토를 사용하여 빚은 회백색의 토기다. 백제 사람들은 토제품을 만들 때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흙으로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과 즐거움도 함께 담아 사용하였다. 

집에서 어떤 것이라도 키워보면 흙이라는 것을 다시 보게 된다. 왜 박경리는 자신의 작품을 대지(펄벅이 먼저 사용해서 그런 것일 수도...)나 땅이라고 하지 않고 토지라고 했을까. 흙 위에 살고 있는 숱한 형태의 삶과 그 삶의 관계, 가치관의 몰락등을 묘사하였다. 

패망한 국가 백제의 소조상은 전부 파손된 상태로 출토되었다. 완전한 형태의 불상이 없어 정확한 제작 기법을 알기 어렵지만 백제 소조상의 제작 기법을 살펴볼 수 있다. 

단순히 흙으로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과학적 조사에서 소조상의 뼈대를 이루는 다양한 골조가 확인되었다고 한다. 목심, 목심에 지푸라기 등의 식물을 감은 것, 갈대류를 엮고 지푸라기 등의 식물로 묶은 심, 금속심등을 볼 수 있다. 

한반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중국에서는 불교 사찰의 건물 내부를 소조상으로 장식하는 것이 유형하였다. 중국 남조 지역에서도 소조상이 확인되고 있어 중국 전역에서 소조상이 제작된 것을 알 수가 있다.  

백제 소조상에서 보이는 사실적인 표현과 골조를 활용한 제작 기법은 백제 이후에도 확인이 된다고 한다. 보령의 성주사지, 논산 개태사지, 남원 실상사, 부여 무량사등 흙에는 시간이 담겨 있다.  

흙에 대해 잠시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백제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의 상당 부분은 흙으로 만들어졌으며 백제 사찰을 아름답게 장식하기도 했었다. 흙은 고유한 냄새가 난다. 설록홈즈라면 그 지역이 어딘가를 추리하는데 흙을 보기도 하지만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흙냄새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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