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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12. 2023

오래된 바위

고창에 자리한 국가지질공원의 고창 병바위와 소반바위 일원

우리의 몸을 이루고 있는 것들 혹은 보이는 것들을 이루고 있는 것들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우주에서 날아온 수류탄이다. 보통은 좋지 않은 의미로 사용되지만 삼중수소는 평범한 양성자 곁에 2개의 중성자를 갖고 있는 수소의 방사성 버전이다. 노출된 암석 표면에 충돌한 우주 입자는 암석의 광물 원자를 순한 방사성을 띠는 염소를 바꾸어 놓고 용해되어 우리의 식탁에 오르기도 한다. 

고창을 흐르는 강중 인천이 있는데 이곳의 주변에는 중생대 백악기의 화산활동 및 그 전후의 화산분출과 퇴적작용 등으로 형성된 화산암체가 있다. 그중에 병바위도 있다. 바위의 표면에는 풍화작용으로 형성된 구멍 풍화혈인 타포니가 발달해 있다. 특이한 지질학적인 가치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병바위의 이정표를 보고 안쪽으로 들어오니 독특한 야산(?) 같은 느낌의 공간이 나온다. 이곳은 트래킹을 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두었다.  

선인봉의 신선이 잔치를 벌이고 술에 취해 자다가 술병과 소반을 걷어차 만들어졌다는 설화에서 비롯한 마을이 호암과 반암이라는 곳이라고 한다. 이 바위에는 선조들의 풍부한 인문학적 사고가 스며들어 있다고 한다.  

묘한 분위기의 공간이다. 우리의 몸을 유지하던 원자들은 결국 우리 몸에서 흩어져 살던 마을을 넘어 더 넓은 세상으로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한다. 분명히 이곳에 있는 바위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보다는 오랜 시간 유지될 것이다. 

안쪽으로 걸어보면서 나무들과 그 아래에 자리한 식물들을 살펴본다. 식물들의 모습과 오래된 바위가 제법 잘 어울려 보인다. 

이 바위가 병바위다. 특이하게 생겼는데 그 거대함과 묘한 분위기가 사람을 압도함이 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자연경관을 참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애드론댁 산을 좋아했는데 우리의 가장 아름다운 경험은 진실한 예술과 참다운 과학의 요람 속에서 느끼는 신비롭고 근본적인 감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천에서 잡히는 장어가 그렇게 맛이 좋았던가. 이곳 부근에는 바로 고창 장어집이 즐비하다. 바위를 덮고 있는 백화등, 담쟁이와 같은 덩굴류가 계절에 따라 색깔을 달리하며 주변 소나무 군락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바위는 지질시대 백악기에 분출한 유문암질 용암(화산 폭발 후 용암 상승으로 뜨거워진 대륙 지각이 녹으며 주변에 형성된 용암)과 응회암이 오랜 기간 풍화침식되며 생긴 이 자연유산은 지난해 12월 6일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다시 머리를 들어 위에 있는 병바위를 본다. 홀로 서 있기에 절벽등산을 하지 않는 이상 올라가기는 쉽지가 않을 듯하다. 

만취한 신선이 술병을 발로 찰 정도였다니 얼마나 많은 술을 마셨는지 궁금하기는 하다. 작년에는 국가 문화재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여 공존과 관련된 콘서트도 열었다고 한다. 사람과 바위는 다르지 않다. 적어도 원자단위로 내려가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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