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패러다임 속의 서산 간월도
공간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데 있어서 시간은 어떤 역할을 할까. 시간은 공간이 변하는 데 있어서 패러다임을 부여하기도 한다. 사물을 보는 방식으로 정의되기도 하는데 특정 시점에서의 인간사고를 지배하는 인식체계이기도 하다. 연속적이기도 하지만 비연속적으로 혁명적인 생각의 전환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한 시점에서의 풍경화가 아닌 시간의 변화를 그린 피카소는 그걸 추상화의 방식을 빌었다.
서산의 가장 유명한 섬이라면 개인적으로는 웅도를 꼽고 싶지만 사람들에게는 간월도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작은 섬에 사찰하나 외에는 다른 것이 아무것도 없는 섬 간월도는 간월도 지역이 매립되기 전에 섬이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유일한 증거이기도 하다.
간월도로 가는 길의 중간중간에는 이렇게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조망대미여 쉼을 쉴 수 있는 곳이 만들어져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간월도로 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이렇게 추운 겨울에는 더욱 한가한 데다가 겨울의 맛 굴밥을 먹을 수도 있다.
바닷물이 서산의 앞바다를 채우고 있어서 간월도는 섬이 되어버렸다. 어떤 대상을 단편적으로 보지 않고 입체적으로 보고 시간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그릴 수 있다면 간월도는 어떤 모습일까. 전면을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측면이 보이고 뒷모습도 보인다면 간월도는 추상화가 될 것이다.
겨울바다는 기분 때문이 아니라 유달리 잔잔하게 느껴진다. 분명히 바닷물은 차가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필자의 생각이지만 들어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미 이곳에서도 충분히 추우니 말이다.
간월도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면 아낙네의 이야기일 것이다. 간월도로 들어가는 입구에 어리굴젓을 캐는 여인들의 모습처럼 말이다.
간월도는 이정표를 따라서 내려가면 나오는데 이정표는 보통 간월암이 보인다. 간월도라고 하면 이 일대를 모두 포함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 아는 간월도는 간월암을 지칭한다.
서산에 가볼 만한 곳에 대해 지도로 표시가 되어 있다. 요즘처럼 앱등으로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지만 사람이 가지고 있는 시간의 한계로 인해 가고 싶은 곳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조금 더 안쪽으로 오니 바다 위에 떠 있는 섬 간월도가 보인다. 풍경은 단순히 우리 주변에 보이는 산이나 섬, 강, 바다, 수평선등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풍경은 땅과 하늘, 바다, 사람의 혼합물이다. 대게의 창조이야기에서는 사람과 장소를 분리해서 전해지지 않는다.
바닷물이 차 있어서 접근할 수는 없지만 간월도를 조금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내려가본다. 1984년은 이곳에 대규모 간척사업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데 그 해에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터미네이터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개봉하여 미래에 로봇이 인류에게 치명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40여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2023년은 미래에 어떤 해로 기억이 될까. 서산의 간월도는 크게 변화가 없는 이상 30년 후에도 비슷한 모습이겠지만 우리의 삶은 상당히 많이 바꾸어 있을 듯하다.
1월이 이제 며칠이 남아 있지 않다. 패러다임은 그리스어인 파라데이그마(παράδειγμα)에서 나온 신조어이다. 한 세대를 보통 30년으로 보는데 지금의 간월도는 한 세대가 지난 셈이다. 다시 한 세대가 지나면 간월도라는 섬은 패러다임이 바뀌어 미래지향적으로 바뀌어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