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 삶의 바다

이곳을 떠난 이순신을 기억하는 하동의 시간

하동의 아침이 밝았다. 춥다는 엄포에 바깥으로 나가기가 선뜻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앞에 노량이라는 바다가 펼쳐져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숙소를 나섰다. 하동의 아침 바다는 고요한 짙푸른 색에 흰색으로 반짝거리는 윤슬이 필자를 맞이해 주었다. 2023년의 하동의 바다를 그린 영화가 개봉될 예정이다. 노량 : 죽음의 바다로 이번에는 이순신 장군 역을 김윤식이 맡았다고 한다. 단일 전투로서는 사상자가 가장 많았던 전투 노량에서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지나 아침 녘까지 이어진 긴 전투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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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노량은 삶의 바다이다. 하동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삶을 영위하는 어부들뿐만이 아니라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잠시 머무는 공간이기도 하다. 사진으로 보면 평온해 보이는 바다지만 2023년에 이곳을 찾아갔을 때만 하더라도 상당히 추운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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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노량항에는 공원이 조성이 되어 있는데 정면에 보이는 구조물에 당시 난중일기에 썼던 기록이 빼곡히 새겨져 있다. 노량을 상징하는 공원에서 기록을 살펴본다. 노량항 건설 준공 표지석을 보면 2021년에 이곳이 완공된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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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에서 맛있기로 유명한 숭어도 있지만 해삼도 있다. 작년에는 이곳에 어린 해삼을 방류하였다고 한다. ‘바닷속 청소부’라는 별명이 있듯이 해삼은 땅속의 지렁이가 땅을 기름지게 하는 것처럼 개흙을 먹어 유기물 범벅인 바닥을 정화해 주는데 해삼은 예로부터 기력과 원기를 보충하고 자양강장 효과가 있는 알칼리성 해산물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알긴산과 요오드 성분이 다량 함유돼 혈액 정화에 효과가 있다고 하니 어떻게든 정화에는 탁월함이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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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마기로 돌돌 말려 있는 듯한 조형물을 보면서 노량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본다. 노량(露梁)은 지명처럼 보이지만 쉽게 이야기하면 물길이다. 경상남도 서쪽 남해도의 북안과 대안인 본륙과의 사이에 있는 좁은 뱃길을 의미한다.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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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앞바다를 지나가는 남해대교유람선은 남해대교를 시작으로 노량대교, 광양만, 여수, 노량해전 등을 거쳐 이순신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운항코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하동은 자연의 향기, 건강한 미래, 차라는 주제로 올해 하동세계차 엑스포가 열리는데 관광과 다양한 이벤트가 연계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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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에 반짝거리는 윤슬과 함께 바다를 보는 것은 남해의 매력이다. 서해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그런 분위기다. 이 아래에는 얼마나 많은 생명체들이 살아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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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임진(壬辰)년에 미친 도적들이 역심을 품고 이웃 나라를 침범해 왔다네. 여러 고을들이 궤멸되고 수많은 적들은 마치 무인지경을 밟듯이 하네. 이때에 오직 이공만이 그 기세를 더욱 떨쳐 바닷가를 지키셨네.

천자가 무위(武威)를 떨쳐 많은 군대를 보내고 진린(陣璘)을 장군에 임명하셨네. (중략) 노량(露梁)은 어슴푸레 흐릿하고 물은 오직 깊은데 여기에 비석을 세우노라. 후세에도 없어지지 않고 공의 이름 우뚝하여 영원토록 으뜸가는 제사를 받으소서" 오성 이항복이 통제사이공수군대첩비에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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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삶의 시간으로 돌아와 본다. 동생은 살면서 처음 이곳 하동 노량바다를 처음 와보았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국내의 곳곳을 가본 경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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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고즈넉한 하동 노량항에 정박된 배들이 있는 곳이다. 노량은 빠른 물길이지만 정박하기에 좋은 곳이 있어서 나루터로도 잘 알려진 곳이었다. 남해로 오고 가려는 사람들과 많은 물가가 이곳을 오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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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걸어가는 행(行)과 이어질 연(聯)이 끊임없이 연결되면서 만들어져 간다. 어차피 사람들은 모두 걸어 다니면서 세상을 본다. 보통 글도 좌측에서 우측으로 걸어가고 그 줄을 모두 읽으면 다음줄로 넘어가게 된다. 하동의 노량을 걸어가면서 이어져가는 연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제 마침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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