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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03. 2023

정월대보름

관광이벤트 100선에 선정된 해미읍성의 이야기

저 멀리에 있는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이에 다가올 때가 있다. 우리의 관점으로 보면 얼마나 멀게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하게 크게 느껴지는 큰 달이 두둥실 떠서 우리를 내려다본다. 생각 없이 바라보면 토끼가 절구를 찧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마저 든다. 정월대보름은 추석이나 설날 못지않는 큰 명절이었지만 지금은 행사정도에 머물고 있다. 그렇지만 한 해의 안녕과 무사를 기원하는 제를 지내거나 굿을 하던 풍속을 하는 마을들이 있다. 

날이 청명한때에 서산에 자리한 해미읍성을 찾았다. 찾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정월대보름에 앞서서 찾아가 본 것이다. 정월대보름에는 보름달의 두껍고 엷은 상태를 가지고 그해의 흉풍년을 점쳤는데 점을 치려고 갔던 것이 아니다. 

사적 제116호로 지정된 서산 해미읍성은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읍성으로 고창읍성, 낙안읍성과 함께 삼대읍성으로 꼽힌다. 해미읍성은 1417년(태종 17년)에 축성을 시작하여 1414년(태종 14년) 충청병마절도사영이 덕산(德山)에서 이곳으로 옮겨왔다.

코로나19가 끝나가는 2023년과 내년까지 한국방문의 해로 지정을 했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고 있는데 K-컬처 관광이벤트 100선은 민간 전문가의 추천을 받아 1, 2차 최종심의위원회를 거쳐 선정하는데 충남 서산해미읍성 축제가 'K-컬처 관광이벤트 100선'에 선정된 것이다. 

이곳에서 충남 서산시는 오는 5일 해미읍성과 류방택 천문기상과학관에서 정월대보름 행사를 연다고 한다. 해미읍성에서는 볏가릿대 세우기, 지신밟기, 부럼 나눠주기, 민요·풍물 공연이 펼쳐지게 될 예정이다. 

설날과 정월대보름을 구분해 보자면 정월 명절에 각 가정 단위로 제사를 지내고 가족 간의 행사를 치렀다면 정월대보름에는 그보다 규모가 더 크다. 이곳 해미읍성과 같은 곳에서는 옛 행사를 그대로 재현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지금이야 디지털쌀이라는 반도체가 중요하지만 농업이 기반이던 사회에서는 농사의 풍요가 바로 안정을 가져왔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월대보름 혹은 오기일(烏忌日)에는 맛있는 것을 찾아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찾아오고 가족들이 모여서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음식의 전통을 이어갔던 그 기억이 이곳에 머물고 있다. 이렇게 마당이 넓은 곳에서도 정월대보름에는 마당을 쓸면 한 해 복이 나간다고 여겼고, 오후에 빗자루질을 할 때에도 바깥쪽이 아니라 안쪽을 향하도록 했다. 


조용히 이곳을 거닐면서 옛날의 정월대보름 때 무엇을 했나 생각해 본다. 1인가구가 대세가 된 요즘에는 옛날에 전해지던 것을 하는 가족이 적어졌지만 해미읍성과 같은 곳을 찾아가면 전통을 엿볼 수 있다.  

정월대보름에 오곡밥은 꼭 먹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이번 기회에 정월대보름 음식으로 아주까리를 먹어볼까 생각 중이다. 피마다 잎나물이라고 부르는데 보름나물로 많이 사용한다. 


어떻게 되었든 간에 정월대보름은 결국 평온한 한 해를 보내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있던 날이었다. 사람들에게는 이벤트가 필요하다. 매일매일이 똑같다면 얼마나 지루할까. 관광이벤트 100선에 선정된 해미읍성에서 정월대보름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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