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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05. 2023

더 글로리 촬영지

송혜교가 바둑을 배우던 청주의 중앙공원

필자에게도 학창 시절이 있었다. 그 학창 시절이 즐거웠다고 기억되지는 않지만 나름 잘 살아냈다. 살아냈고 좋지 않은 것은 외면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하게 걸어가게 한 시기였다. 사람들의 기억은 단편화되지만 스스로를 틀 안에 가두게 만드는 기억들이 있다. 자신을 지킬 힘을 가지지 못했을 때 타인에게 받은 폭력은 평생을 가게 된다. 코로나19에 백신주사가 필요한 것처럼 우리 사회는 그런 폭력에 대한 예방대책이 필요하지만 개개인의 영역에 놔두었다가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에만 익숙하다. 

더 글로리에서 많이 나온 촬영지는 청주에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이런 모습이 아니지만 청주의 중심지에 자리산 중앙공원에서 바둑을 두는 장면이나 극 중에서 송혜교가 연상하는 장면이 많이 촬영되었다. 일명 바둑공원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2월의 첫 주 정월대보름 때로 인해 크고 밝게 달리 뜨는 날 청주를 찾아가 보았다. 

청주읍성은 많은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는 곳이다. 이곳에 있는 은행나무부터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 본다. 청주에서 나이가 드신 분들은 바로 이곳에 모여서 윷놀이나 가끔씩 바둑을 두기도 한다. 

드라마 더 글로리를 촬영했을 때는 따뜻할 때였다. 지금은 모든 나뭇잎이 떨어져서 드라마 속의 장면은 펼쳐지지 않는다. 더 글로리 속에 그녀는 희망 같은 것이 아니라 존재이유가 바로 가해를 한 사람들이 대상이었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 

드라마의 촬영지로 사용되고 그 드라마가 주목을 받으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드라마 속에서 메멘토 모리라는 라틴어가 나온다. 물론 송혜교는 밴드로 가려진 탓에 스페인어로 기억하였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생각하라’, ‘죽음을 잊지 마라’라고 하는 의미의 경구는 고대 로마에서는 ‘지금을 즐겨라’라고 하는 의미로 통했기도 했다. 왜 바둑이었을까. 앞으로 AI로 인해 바둑의 최고 고수는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 있는 컴퓨터가 될 것이다. 

살면서 우리는 보이는 것에 열광하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것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를 받기도 하였고 조선시대에는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도 했었다. 

조용하게 이곳을 걸어 보여 바둑에 대해 생각해 본다. 바둑에는 인간다움이 담겨 있는 치열함이 있다. 조용하게 움직이지만 그 속에 삶의 철학이 담겨 있었다. 이제 바둑의 인기는 예전으로 사라져 버렸지만 바둑은 오랜 시간 동양세상의 문화를 담고 있었다. 

청주 중앙공원에는 청주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도 자리하고 있다. 공동체문화가 해체가 되고 있는 지금 공동체가 더 중요한 것을 더 많이 느끼고 있는 셈이다. 

더 글로리의 작가는 침묵 속에서 욕망을 드러내고 매혹하고 매혹당하고 서로를 발가벗긴다. 상대가 응하지 않으면 그땐 그저 바둑이다”라는 매력에 끌려 소재로 꼽았다고 한다. 

청주에 있는 중앙공원에는 오래된 고건축물이 있으며 수령 1,000여 년에 가까운 은행나무도 자리하고 있다. 극 중 벚꽃이 휘날릴 때 시작해 노란 은행잎이 떨어질 때까지 바둑을 배웠다. 

벚꽃이 휘날릴 때 시작하고 은행잎이 떨어질 때 송혜교는 복수를 위해 바둑을 배웠다. 사람들이 취미를 가지는 것은 먹고 사는 것을 넘어선 자신을 발견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고려시대 청주목의 객사문 앞에 있었던 나무 가운에 유일하게 남은 청주 압각수는 이성계의 측근들을 살린 것으로 유명한 나무다. 압각수라는 이름은 나뭇잎 혹은 그 뿌리의 모양이 오리발 모양에 가깝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는 조선시대 군대 주둔지인 충청도 병마절도사 병영이 있었던 자리이며 순교신앙을 계승하기 위해 이곳에 순교 현양비를 건립하기도 했다. 기념비로는 대한민국독립기념비도 있으며 대원군의 척화비와 조선시대 승려로서 의승을 이끌었던 기허당 영규대사의 전쟁터기적비도 세워져 있다. 

모든 것은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자세히 볼 때야 비로소 보게 된다. 서로 간의 소통 역시 그런 것이다. 상대를 자세히 보기 위해 마주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보는 것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의 큰 고통보다 자신손톱밑의 가시가 더 아프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상대에게 공감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말이다. 더 글로리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그런 것이었다. 자신에게는 별 것 아닌 모든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큰 아픔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둑을 하나하나 놓을 때 신중한 것처럼 상대의 감정을 생각할 때도 그럴 수 있다면 가까이에서 보아도 인생은 희극이지 않을까. 


#청주 가볼 만한 곳 #더글로리촬영지 #더글로리 #청주중앙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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