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으로 먹고 입이 즐겁고 마무리가 깔끔한 느낌
옛말에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고 했던가. 먹는게 남는 것이라는 것은 기억에 남는 것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똑같아 보이지만 어떤 음식은 맛이 좋고 어떤 음식은 그보다 맛이 덜할 때가 있다. 왜 이쁜 접시와 식기를 사용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음식의 맛과도 연관이 있다. 맛있게 먹고 싶다면 붉은색 접시를 사용하면 좋고 음악도 감칠맛을 내는데 도움이 된다. 사람은 보는 것과 들리는 것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입맛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눈에 좋은 것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필자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냉면맛을 알았다. 냉면이나 막국수의 그 미묘하고도 깊은 맛을 안 것은 생각보다 나이가 들고서였다. 어릴 때 면종류는 대부분 라면을 먹었기 때문에 그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그보다 밍밍한 냉면은 무슨 맛으로 먹는지 잘 몰랐던 듯하다. 진주냉면은 허영만의 식객이라는 만화에도 등장한 적이 있다.
해물육수에 메밀국수를 말아먹는 것이 진주냉면의 특징인데 육수는 멸치(디포리)와 바지락, 홍합, 해삼, 전복, 석이버섯 등 해물을 이용한 장국과 쇠고기 육수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진주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전통 진주냉면을 아산에서도 만나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내용물은 쇠고기 육전(또는 쇠고기 볶음), 오이, 배추, 전복, 석이버섯, 황백지단을 고명을 넣어서 먹는 그 냉면이다.
육전이 듬뿍 들어가 있어서 한 그릇에 10,000원이 넘는 가격이 섭섭하지는 않았다. 진주냉면의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그 명맥이 끊겼었다. 그렇지만 나중에 요리방법을 재현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2박 3일 동안 끓이고 15일간 저온 숙성의 과정을 거쳐 육수가 만들어지는데 냉면 육수와는 달리 -7℃ 저장고에 보관하는 특이성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진주냉면의 색은 붉은색에 가깝다. 사람은 색을 보면 입에서 맛을 느낀다고 한다. 머리에서 노란색은 레몬의 신맛, 파란색은 음료를 시원하게 느끼게 만든다. 보기에도 좋은 음식의 색은 그렇게 우리의 입맛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삼한시대부터 남부지방의 향토음식으로 이어져 온 진주냉면은 조선시대 진주가 평양과 더불어 양반과 기방문화가 어우러진 풍류의 중심지로 발달하였고 교방으로 전해졌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이 우동이라면 한국은 냉면을 대표적인 면요리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