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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11. 2023

동해의 육하원칙

내가, 생각날 때, 이쁜 곳을, 맛있게 채우며, 그냥 떠나기. 

어릴 때 들어봤던 노래 캔디에서 보면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고 참고 참고 또 참는다는 가사가 나온다.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정신건강에 좋을 텐데 캔디는 참 괴로운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도 아니고 참고 참아야 했던가. 여행 역시 그렇다. 먹고 싶을 때 새로운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 떠나는 것이다. 여행에 꼭 글을 쓸 때의 육하원칙은 필요하지는 않지만 목적지, 시간, 관광지, 교통수단, 입맛, 예산은 필요하다. 여행의 육하원칙이다. 다른 것을 넣어도 좋지만 적어도 이 여섯 가지는 필요하다. 

1박 2일 여행의 장점이라면 바로 야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지역을 알기 위해서는 하루 정도는 묵어보는 것도 좋다. 밤의 야경이 펼쳐지는 이곳은 동해의 망상을 해볼 수 있는 망상해수욕장이다. 

고래의 꼬리가 바다 위로 솟구치는 것처럼 보이는 곳이 망상해수욕장의 메인광장이다. 동해의 푸른 바다 위로 솟은 아침 해를 보고 있으면 삶의 쉼표가 이런 여행 한 스푼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느낄 수도 있지만 밤에는 이런 야경이 펼쳐진다. 

국도에서 바라보는 곳에 푸른색과 녹색이 겹쳐져서 보이는 저 야경은 동해에 처음 가보았다면 실패하지 않을 만한 야경맛집으로 동해 도째비골의 해랑 전망대와 어우러진 곳이다. 아래에는 바다의 물결이 소리를 만들고 위로는 붉은색이 마치 도째비 방망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밤이 깊었나 싶었는데 벌서 아침이 되었다. 기나긴 세월에 걸쳐서 작가들의 창작의 원천을 찾아서 들어가 보면 여행이 있었다고 한다. 촛대바위에 걸터앉아보면 좋겠지만 멀리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 본다.  

저번에 왔을 때는 촛대바위로 한 바퀴 돌아보았는데 이번에는 출렁다리 쪽으로 올라가 본다. 촛대바위는 동해에도 있지만 삼척에도 촛대바위라고 있다. 동해에는 뾰족뾰족하게 솟아오른 바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동해 촛대바위의 출렁다리는 생각보다 출렁거리지는 않았다. 위에서 내려오는 물이 모래를 살포시 헤치고 바다로 흘러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심동로가 아름다운 동해의 해변에 자리 잡고 살았던 1361년의 촛대바위는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동해바다를 보고 난 후에는 동해에 맛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바다를 생각하면 회나 해물탕이 연상된다. 푸짐하고 신선한 해산물을 아끼지 않고 사용해 풍무한 맛을 내는 해물탕도 있지만 전통적인 음식이나 추천할만한 중국집도 적지가 않다. 이곳은 동해시청의 바로 옆에 자리한 100년 가게다. 

도심에서 이런 동굴을 볼 수 있는 곳이 전국에 얼마나 있을까. 천곡황금박쥐동굴은 실제 들어가 보면 짧지도 않은 구간의 천연동굴을 만나보면서 자연과 시간의 위대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떤 삶은 어떤 순간에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의 소중함을 느낄 수가 있다. 

동굴 안에는 마치 미디어아트처럼 펼쳐지는 빛의 향연도 볼 수 있다. 동굴의 구간마다 콘셉트가 달라지는데 조용히 있으면 흘러내려오는 물소리와 함께 빛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동굴과 관련된 영화로 기억나는 것은 생텀이라는 영화였다. 생텀(SANCTUM)은 자연이 만들어 낸 미지의 세계라는 의미로 1988년, 14명의 탐험대를 이끌고 오스트레일리아 남부에 위치한 널라버 평원(Nullarbor Plain)의 지하동굴을 탐험하던 중 갑작스러운 이상 폭풍으로 동굴 입구가 무너져 2일 동안 출구를 찾아 헤매는 극한의 상황을 경험한 감독의 영화였다. 

인공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연이 만들어낸 미지의 공간에서의 조난 경험을 해보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자연이 만들어놓은 미로와 같은 길의 간접경험은 해볼 수 있다. 

동해로의 여행은 색감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색감이 다른 곳과 너무나 다르다.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가는 이유 중에 하나는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자연풍경을 보는 데 있다. 특히 겨울에는 색채가 더욱더 진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얼마 전에 대보름이 지나갔으니 초승달이 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듯 주기적으로 울리는 물소리는 동해 천곡황금박쥐동굴에서 느껴보았다만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는 곳은 너에게 감동할 수 있는 한섬해변이다. 

한섬해변에서 조금 더 올라오면 뱃머리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에 오면 자신도 모르게 저 아래로 하이다이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동해가 좋아서 자리를 잡은 어린 왕자를 만나기 위해 고불개해변으로 가본다.  

고불개해변의 우물옆에는 어린 왕자가 바다를 보기 좋은 위치에 먼저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 왕자도 단벌신사인 모양이다. 어느 곳을 가든지 간에 녹색의 점프슈트를 입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린 왕자를 쓴 생텍쥐베리가 조종사여서 그랬는지 몰라도 셔트와 바지가 원피스 형태로 붙어 있는 점프슈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낙하산 부대나 비행사들이 옷을 빨리 갈아입기 위해 사용한 것이 시작이었다.

다음번에 이곳을 와도 이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동해가 좋긴 좋은 모양이다.  

바다가 만들어낸 풍경이 펼쳐진다. 한적한 겨울바다의 정취도 있고 옥색의 바다가 좋다. 깨끗한 바닷물이 끊임없이 파도를 치고 있는데 마음까지 정화되는 느낌이랄까. 

대게는 큰 게란 뜻이 아니라 다리가 대나무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담백하고 부드럽네, 살짝 단 것 같기도 하면서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만나니 동해 바다가 입안 가득 출렁이는 동해의 대게를 못 본 체 지나갈 수 있을까. 대게 회는 날 것의 다리 살을 차가운 물에 담가내는데 살이 꽃이 핀 것처럼 보인다. 

야간에 은은한 조명을 만나보고 이른 아침에는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동해의 옥빛을 만나고 맛집도 방문해 보았다. 필자가 생각날 때 돌아보고 이쁜 곳을 연상하며 맛있게 채우기 위해서는 그냥 떠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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