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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16. 2023

미래의 조화

자연의 조화를 볼 수 있는 구미 도리사 

미래에 일어나는 일은 정해져 있는 것인가.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이다. 분명한 것은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것이다. 봄이 오면 매화가 피고 산수유와 도화꽃,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게 된다. 사람 또한 나이를 먹는 것이 분명히 정해진 사실이다.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별일이 없는 이상 일어나던가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는 정해진 운명에 의해 흘러가는 것뿐일까. 

고구려에서 목숨을 걸고 신라에 불법을 전수한 아도화상은 왜 구미까지 왔을까. 사람들이 구미의 도리사를 찾아서 오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여행지로서 좋아서 오는 사람도 있지만 바로 자신 앞에 있는 삶에 대한 불확정성 때문이기도 하다.

이곳은 대대로 구미의 도리사에서 스님들이 복잡한 마음을 좌선을 통하여 마음공부를 하는 서대(西臺)라는 곳이라고 한다. 구미 도리사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이며 구미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도 있어서 탁월한 풍광이 좋다. 

해빙기에 북 아메리카에서 대형호수의 위를 대형트럭들이 오갈 때가 있다고 한다. 조금은 위험할 수도 있지만 그 호수를 가는 이유는 지름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형트럭은 그 얼음 위를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적절한 속도로 운행을 해야 한다. 너무 빠르면 압력파로 인해 얼음이 깨지고 너무 느리면 무게로 인해 얼음이 깨진다. 삶이 그런 듯하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가면서 밀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운이라고 하면 성공이라던가 편하게 사는 것을 생각하지만 행복하지 않다던가 만족하지 못하는 삶은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 운이다. 그걸 자의적으로 판단할 따름이다. 날이 좋았으면 멀리까지 보였을 텐데 약간 아쉬운 날이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겨울바람에 봄내음이 실려서 불어온다. 산사에는 낙엽들이 대부분 치워져 있고 이제 봄이 다올날을 기다리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있는 종각은 일반적으로 범종, 법고(法鼓), 목어(木魚), 운판(雲版) 등의 사물(四物)을 걸어놓고 의식 때마다 소리를 내어 삼계(三界)의 미물들까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전각이다. 

어디선가에서 많이 본모습이 아닌가. 이곳 도리사에 있는 석상들은 모두 웃는 모습이다. 도리사에는 범종각을 2005년에 건립하고 초입에 수막새의 천년에 미소를 배치하여 놓았다.

고려말 야은 길재선생이 공부하시고 성철(性徹) 큰스님이 정진하였다는 태조선원이 있다. 스님들이 수행하는 선방으로 정면 7칸, 측면 8칸 규모의 ‘ㄷ자’ 형 건물로 정면에는太祖禪院 이란 현판을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인 오창석 선생이 쓰신 예서체 편액이 걸려 있다.

다시 아도화상의 앞에 서본다. 이곳에서 도리사의 기(氣)를 느낀다는 사람도 있어 관람객들이 자주 찾아온다고 한다. 우주에도 밀도로 모든 것이 거리가 결정된다. 블랙홀같이 밀도가 너무나 높아서 모든 것을 빨아들여 온통 검은색처럼 보이는 별이 있는 반면 지구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별도 있다. 

신라 눌지왕 때 고구려에서 온 승려 아도화상이 세운 신라 최초의 절로 복숭아꽃과 오얏꽃이 활짝 핀 모습을 보고 좋은 터임을 알고 모례장자의 시주로 절을 짓고 이름하여 도리사(桃李寺)라 하였다.

각자에게 삶의 밀도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태어나서 실타래가 풀려나가는 것처럼 삶의 밀도가 조금은 낮아지는 것이다. 미래가 전개되는 방식은 현재의 뜻에 의한 것과 물리학적으로 움직이는 힘이나 방향을 게산하는 방식이 있다. 뜻을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본다는 의미다. 사물의 뜻을 살핌으로써 그것에 스며들어 있는 미래를 살피는 것이다. 

중국의 전탑을 닮아 모전석탑(模塼石塔)이라고도 하는 이 석탑은 우리나라 석탑 가운데 동일한 유형을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형태의 이 화엄석탑은 현재 보물 제470호로 지정되어 있다. 탑신부의 1층과 2층은 작은 정사각형의 돌을 2∼3단으로 쌓아 마치 벽돌을 쌓아 올린 것처럼 보이는데, 각각 한 면에 문틀을 돋을새김 한 널돌을 끼워 문짝 모양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도리사에 오면 원래 도리사라는 사찰이 있던 곳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조성이 되어 있다. 수명의 밀도가 있다면 그 밀도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인생의 밀도가 있다면 가능하다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만들어가며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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