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을 매력있게 만든배우
영화 소수의견에서 주목받을만한 배우가 한 명 등장한다. 그냥 담백하기만 했던 윤계상이나 유해진의 능글함, 이경영의 노련함, 김옥빈의 열혈기자를 모두 누를만한 부드러운 카리스마 연기를 보여주었던 오연아가 그 주인공이다. 영화속에서 그녀가 연기한 것은 바로 피고인을 압박하는 검사 역할이다. 그러나 그녀가 보여준 것은 압박이 아닌 호소다. 일반적으로 영화속에서 보여주던 검사의 까칠함이 아닌 사람에 대한 이해다. 국민참여재판설정이라서 그런지 호소력이 강한 검사를 배정한 듯 하다.
그녀의 등장씬은 많지 않지만 그 누구보다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오히려 김옥빈보다 그녀가 더 많이 등장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 배우이다.
잠시 소수의견에서 그녀의 대사와 호흡, 표정연기는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들을 충분히 홀릴만 하다. 대사야 작가가 쓰고 연출은 감독이 했겠지만 그녀의 그런 연기가 없었다면 선악구도로만 흘러갔을 것이다.
1월 말이였죠~
희생자를 말하면서 안타까움을 말하고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특수공무집방방해 치사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법에도 눈물은 있습니다.
아들을 죽인자들의 입으로 아들의 죽음을 욕보이고 계십니다.
과연 그게 올바른 동정의 방식일까요?
검사와 변호사가 만나는 형사재판이라는 특성상 창과 방패가 만나는 것은 당연하다. 보통 창이 날카로울수록 방패를 뚫기 쉽기 때문에 날카롭고 날이 서있다. 그러나 검사 유인하는 방패에 스며들어가는 전략을 사용하였다. 스며들어서 없어진지 알았는데 어느새 방패 안쪽으로 들어와버린 것이다. 부드러운 것은 강하다. 꺽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반인이라면 검사와 마주할일은 거의 없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검사에게 서류를 받을 수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 벌금형정도에 멈추게 된다. 검사에게 불려가게 되면 그들에게 아주 유리한 그런 공간에서 조사를 받게 된다. 즉 재판장에서는 판사가 왕이지만 취조실에서는 검사가 왕이다. 요즘 검사들도 국민의 눈(?)을 의식한 탓인지는 몰라도 언론플레이에 적극적인 편이다. 군사정권시절에는 강한 힘으로만 억누르려고 했다면 요즘의 행보를 보면 유연해진 느낌이다.
소수의견에서 유인하 검사처럼 강한 공권력에 부드러움이 더해진다면 상대하기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