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Feb 25. 2023

침묵의 무게

홍성 남산에서 걸어보고 겨울을 마무리해 보다. 

침묵을 언제 지켜야 하는지 언제 깨야 하는지를 잘 결정하는 것은 그 사람의 무게를 드러내준다. 침묵을 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왜 사람이 말을 하려고 할까. 말을 하고 싶다는 욕구를 이기지 못하게 되면 실수가 뒤따르게 된다. 하지만 꼭 해야 할 때가 있다. 말을 해야 할 때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때 하면 엇박자를 만드는 것이다. 계속 엇박자가 모여 만들어진 삶의 음악이 듣기에 과연 좋을까.

2월은 유난히도 짧게 느껴진다. 다른 달보다 길게는 3일, 짧게는 2일에 불과할 뿐인데 유독 짧은 것은 심리적인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2월에 생일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더 압축적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짧게 느껴지는 28일 동안에 태어난 사람을 뒤로하고 3월 1일이 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만세운동이다. 

이곳은 홍성에도 있는 남산이라는 지명이 붙은 낮은 산에 자리한 남산공원이다. 내포문화숲길 홍성센터가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내포문화숲길은 가야산 주변의 4개 시군 (서산시, 당진시, 예산군, 홍성군) 이 내포 지역의 역사, 문화, 생태적 가치를 바탕으로 연결한 장거리 도보 여행길이며 총거리는 약 320km에 이른다. 

홍성군의 충령사와 만해 한용운 동상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내포란 사전적 의미로 바다나 호수가 육지로 휘어 들어간 부분 즉 내륙 깊숙이 바다와 연결되는 물길을 통하여 포구가 형성되어 있는 곳을 의미한다. 가야산의 앞뒤에 있는 열 고을을 함께 내포(內浦)라 한다. 지세(地勢)가 한 모퉁이에 멀리 떨어져 있고 또 큰 길목이 아니므로 임진(壬辰)과 병자(丙子)의 두 차례 난리에도 여기에는 미치지 않았다고 이중환은 말하고 있다. 

가야산 앞뒤의 열 개 고을은 태안, 서산, 홍주, 덕산, 예산, 신창, 대흥, 청양, 결성, 해미를 칭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해 나가기 위한 나눔과 성찰의 순례길이기도 하다. 

가야산과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남산은 나지막한 산이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그냥 쉽게 지나쳐가는 곳이기도 하다.  

다시 1년 만에 이곳을 찾아왔다. 멀리 보이는 사람이 말했던 침묵에 대해 생각해 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찾아와서 쉬기에 좋을 만큼 그늘이 잘 드리워진 곳이다. 소나무가 드리운 그늘이 사시사철 있는 곳이다.  

산책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운동 중 하나로 너무 오래 실내에만 있으면서 뭔가에 몰두하느라 스트레스를 받거나 할 때 산책을 하면 신체/정신적인 건강을 호전시킬 수 있다. 지팡이라는 도움을 받는 것처럼 살다 보면 그렇게 짧게 휴식이 자주 필요하다.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만해(萬海, 卍海)는 그의 법호(法號)이며 용운(龍雲‘)이라는 이름은 만화 선사(萬化禪師)의 제자가 되었을 때 얻은 법명이기도 하다. 만해 한용운이 독립운동의 전면에 나선 것은 1919년 3.1 독림 운동을 이끌면서부터인데 33인 중 한 사람으로 독립선언서의 공약 3장을 작성하였다.

내포 지역의 역사, 문화, 생태적 가치를 바탕으로 연결한 320km에 달하는 내포문화숲길을 완주하는 것처럼 걸어보는 것도 좋다. 자신의 숨겨진 내면을 만날 수 있는 내포문화숲길에 도전해 보는 것처럼 침묵의 무게를 생각하면서 따뜻한 봄을 만나보는 것도 좋은 시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뿌리 깊은 나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