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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20. 2023

뿌리 깊은 나무

마음의 뿌리가 깊어야 생각이 자란다. 면천은행나무

사람의 몸은 삼시 세 끼를 잘 챙겨 먹는다면 보통은 나이를 먹고 자라나게 된다. 그 자람만으로 사람이 성숙되지는 않는다. 나무는 세월로 그 모습으로 뿌리가 깊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사람마음의 뿌리가 굳건한 것은 겉으로 보기에 드러나지가 않는다. 오래된 나무를 베어 보면 나이테가 보인다. 한 해가 지나면 나이테가 하나씩 만들어지는데 매년 똑같은 두께의 나이테가 아니다. 사람의 나이도 같다. 어떤 때는 평온하게 지나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내기도 한다. 

당진의 면천에 가면 면천읍성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매년 다양한 행사와 제사를 올리기도 한다. 2월쯤이 되면 이곳에서는 큰제사를 올리는데 바로 목신제(木神祭)다. 11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면천 은행나무는 고려 개국공신 복지겸의 딸 영랑의 깊은 효심이 담긴 전설이 깃든 유서 깊은 자연유산으로 201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나무수종 중에 빠르게 자라는 나무도 있고 느리게 자라는 나무도 있다. 빠르게 자라는 나무는 나이테의 사이간격이 넓고 느리게 자라는 나무는 아주 조금씩 나이테가 늘어난다. 보통 빠르게 자라는 나무는 뿌리를 그렇게 깊게 내리지 않아 환경이 좋지 않을 때 버티지 못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오랜 시간 땅에 뿌리를 내리고 나서야 위로 올라간다. 

올해 목신제는 강신례, 초헌례, 종헌례, 사신례 순으로 진행되며 국태민안과 주민 건강,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축원문 낭독 등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면천읍성 복원과 연계해 지역의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면천 은행나무는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목신제를 지내는 수종은 느티나무와 소나무가 가장 많으며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마을의 노거수(老巨樹)를 신격(神格)으로 하고 지내는 동제를 의미한다. 은행나무도 오랫동안 살 수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으므로 꽃이 많고 자연스럽게 열매가 많이 달리게 된다.  

목신제를 지내는 면천은행나무 옆에는 옛 건물이 복원이 되어 있다. 사람들은 보여주기 위해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성공을 하고 싶어 한다. 아래가 부실한데 위가 아무리 화려해도 그것은 한때에 불과하다. 누구라도 보이지 않는 뿌리를 더 굳건히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 자리한 읍성 중에 물이 풍부하지 않은 곳이 없다. 사람이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동맥과 정맥이듯이 물이 흘러내려오는 것은 동맥의 역할을 하며 우리의 몸에서 흐릿해진 피는 정맥을 타고 흘러오듯이 하수가 그 역할을 한다. 면천읍성에 흘려내려 오는 물은 맑기로 유명해서 지금도 생탁주가 생산되고 있다. 

흘러내려온 물은 면천 군자정에 이른다. 고려 충렬왕 때의 지군사인 곽충령이 못을 파고 연꽃을 심어 염계의 애련설을 따라 못의 이름을 지었다.

사람의 뿌리는 물질적인 것에 있지 않다. 정신과 마음에 머물러 있다. 뿌리가 얕은 이는 말이 험하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다. 오직 보이는 것만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뿌리 깊은 사람은 뿌리깊은 나무처럼 가만히 있어도 그 묵직함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뿌리가 많은만큼 생각과 생각이 연결되어 새로운 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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