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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26. 2023

물의 밀도

행복의 밀도 중 물이 가지는 비중 

이번에 언급하는 밀도는 물질의 무거운 정도나 일정한 면적에 얼마나 많이 들어있는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물질의 질량을 부피로 나눈 값을 밀도라고 하는데 물을 얼마나 자주 볼 수 있느냐에 따라 안정감 혹은 스트레스를 덜 받는 빈도로 밀도를 설명하고자 한다. 예로부터 물은 삶과 죽음의 매개체이며 탄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생명이 살 수 있는 기반에는 양수라는 물이 있다. 양수의 성분이 일반적인 물과는 다르지만 어디까지나 물의 일종이다. 


도시를 건설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상하수도계획이기도 하다. 하수도 계획은 토목공학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설계할 수 있지만 상수도 계획은 토목공학으로 잘 설계한다고 하더라도 수원지가 그만큼의 인구를 먹여 살릴 정도의 용량이 되어야 한다. 강의 물줄기가 얼마나 큰 도시를 만들 수 있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처럼 상수도가 잘 되어 있는 곳에서는 물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부분의 물을 정수기나 생수로 충당한다고 하더라도 물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TV에서 깨끗한 물을 먹지 못해 죽어가는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의 아이들에게는 물은 행복의 차원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겠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먹는 물이 부족해 재난을 겪는 경우는 많지 않다. 최근 들어 기후변화로 인해 섬이 나던가 일부 지방에서의 가뭄은 문제를 일으키기는 하지만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언젠가는 비가 내릴 테니 그때 해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좁은 나라여서 물이 부족하면 인근지역에서 끌어오는 것도 비용이 들겠지만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사람에게 안정감을 준다. 수영을 잘하던 물이 무서워서 못하든 간에 들어가지만 않는다면 물은 분명히 우리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물은 살고 있는 곳에서 보이기만 해도 다른 만족감을 준다. 한강을 바라보는 곳에 아파트를 지으려고 하고 바다가 보이는 부산의 아파트 가격이 비싼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의 경제규모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기 전까지는 물이 가진 가치는 보통 수자원의 역할에 머물러 있게 된다. 도시가 발달을 할 때 도심의 규모는 작고 지가가 비싸지니까 작은 천은 복개를 하고 위에 건물을 짓는 과정을 거친다. 천이 가진 가치를 그때는 알지 못하고 지대의 가치를 더 크게 본 것이다. 도시가 더 발달해서 부도심이 생겨나고 곳곳에 생활권이 생겨나면 복개했던 것을 들어내고 다시 천이 볼 수 있게 만든다. 한국의 도시들은 그런 과정을 거쳐왔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고 멈추지 않는다. 물의 흐름은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댐이나 보, 저수지처럼 가두어둘 수는 있지만 도시에서 그렇게 가두어둘 수는 없다. 물은 잠시 고여서 정체될 수 있지만 멈출 수는 없다. 멈출 수 없는 물의 흐름이 있는 곳은 사람들이 가장 걷기가 좋은 곳이다. 도시에서 우리가 걸을 때 끊기지 않는 여정을 할 수 있는 곳이 어디에 있을까. 바로 천과 강이 흐르는 곳이다. 도시에서는 아무리 교통공학적으로 잘 설계했다고 하더라도 한 두 번의 신호가 지나면 반드시 멈추게 된다. 도시는 자동차의 이동과 도시의 기능적 설계가 우선되지 인간공학적으로 만들어진 않기 때문이다. 그런 곳에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인간에게 벌을 주던가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공간은 대부분 시야가 막혀 있다. 죄를 지어서 감옥에 간 죄수들에게 물이 보이는 탁 트인 시야를 보여준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다. 물론 악명 높은 죄수만 수감한다는 알카트라즈 같은 곳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벽으로 모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거기서 행복함을 느꼈다는 사람은 없다. 사람이 자주 접하는 물의 빈도는 물이 가진 밀도만큼이나 의미가 있다. 물의 밀도도 적당해야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다. 최근 들어 시간당 내리는 비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침수가 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물은 멀리서 볼 때 그리고 자연스럽게 흘러갈 때 가장 좋다. 


우리의 리듬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연속성이 있게 걸어보려면 천변길만큼 좋은 곳은 없다. 모든 도시의 강과 천이 흐르는 곳이 끊긴 곳은 없다. 그리고 가까이에 있어야 좋다. 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높은 곳에 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은 물과 아주 가까운 곳도 아니고 경사가 높은 곳도 아니다. 적당한 경사에 흐르는 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강남과 같은 곳은 높은 지대 덕분에 대부분의 땅을 천위에 덮어버렸다. 물이 아래로 흐르고 있다는 의미인데 덕분에 폭우가 쏟아지면 아스팔트가 빠르게 저지대로 물을 실어 나르며 수해를 입게 하는 것이다. 


물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불가근불가원이다. 너무 가까워서도 안되지만 너무 멀어서도 안된다. 지구상에 항상 비가 내리지만 그 비를 모두 활용하지도 못한다. 모든 종교의 신화에서 보면 물이 등장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물은 죽음에서의 삶을 이야기하고 삶 속에서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홍해의 물을 가를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은 없어도 우리가 접하는 물의 밀도는 행복의 소소한 만족감을 주어 빈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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