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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 정원

적당한 시선변화 속에 열려가는 동구 대청호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의 눈은 착시와 실제를 보는 것이 동시에 공존하게 된다. 풍경을 바라보는 데 있어서 끊임없이 자신이 본 것을 머릿속에서 재구성해서 연속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의 인지능력은 망막 위에 맺힌 이미지와 소리, 공간에 대한 정보와 경험을 바탕으로 느끼는 것이 달라지게 된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모든 물체는 빛을 반사시킴으로써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역시 빛을 반사함으로써 우리가 있다는 것을 상대에게 알리는 것이다.

홍매화도 좋고 백매화도 좋지만 아직 중부지방에서는 볼 수가 없다. 다음 주에 남해 쪽에 가면 매화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2월의 마지막 주를 맞이해서 대청호 오백 리 길 통통투어에 자리한 명상의 정원을 찾았다. 대전에서 가장 고요한 풍광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다.

이곳은 슬픈 연가를 비롯하여 여러 영화를 촬영한 명상정원으로 가는 길로 대청호가 만들어지고 나서 대부분은 물과 분리되어 있지만 가까이에서 만나볼 수 있는 명소들이 여러 곳 중 한 곳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모두 공간을 느끼게 된다.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들은 공간을 비어 있는 것으로 보고 상대적인 가치인 관계와의 연결을 지각한다. 평탄하게 조성된 이 데크길은 걷기에 괜찮다. 그래서 나이가 드신 분들도 이곳을 많이 찾아온다.

사람과 산과 물이 만나는 대청호는 500리 길이 조성이 되어 있는데 총 21구간으로 대전의 동구와 대덕구, 충북의 청주, 옥천, 보은에 걸쳐 있는 약 200km의 도보길로 생태하천과 함께 생태경관을 보면서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명상의 정원이라는 곳을 걸어가면서 생각해 보면 명상하면 인도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티베트의 금강승은 원이라는 뜻의 만다라를 인간이 명상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우주를 생각했으며 요가에서 집중명상이라는 디아나를 통해 육체와 정신 영혼을 연결시켰다.

다시 시야가 열리기 시작했다. 걷기 명상은 마음에 있는 불안·근심을 지우고 현재 내가 걷는 길과 순간만 생각하는 명상법이기도 하다.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몇 발짝 걷는지 세보기도 하고 걷는 자체만 느끼며 걸음에 집중한다.

대청호반에는 모래가 켜켜이 쌓여서 짧은 시간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대청호와 같이 큰 호수는 좀처럼 지형이 변하지 않는다. 흘러서 내려가는 것이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영화가 촬영된 이곳은 전부를 찍지 않으면 어디인지 잘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여러 영화 촬영지로 이곳이 촬영되었고 앞으로도 한국 영화가 촬영될 것이다.

여행은 자신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는 시간을 가지게 해준다. 시도해 보는 시간이 헛되지 ㅇ낳음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필요한 시간이다. 꿈은 내게 먼저 찾아오지 않는다. 찾아야 한다.

바다정도는 아니지만 물이 많이 담긴 호수는 달의 인력에 영향을 받는다. 파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물이 계속 오고 가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물멍을 때리기에 좋은 곳이다.

명상의 정원에 왔다고 해서 명상을 할 필요는 없다. 명상의 정원의 화룡점정은 바로 저 나무다. 불교에서는 명상을 통해 스스로 진리를 깨달아 해탈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명상은 일반적으로 잠시의 고요를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서양의 정원은 기하학적이며 비워진 곳이 별로 보이지 않지만 동양의 정원은 비움의 미학이 있다. 일본의 정원도 모래밭에 그냥 나무막대기 같은 것으로 단조로운 무늬만 만든 것을 최고로 친다.

시간이 만들고 대청호가 조각한 듯한 명상의 정원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대전에서 이렇게 넓은 모래밭을 거닐 수 있는 곳도 많지가 않다. 우리가 보는 풍경은 불교에서도 사용되는데 경세(警世)의 의미를 지닌 도구로 풍경은 수행자의 방일이나 나태함을 깨우치는 역할을 한다. 가벼운 바람결에 맑은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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