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운치가 자리한 봉화 마을의 소강고택
한옥의 매력은 계절의 변화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단층으로 이우러 진 한옥에서는 방문만 열면 마당이 바로 보인다. 비록 한옥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한옥을 예약해서 머물러볼 수 있으니 계절의 변화를 잠시 감상할 수가 있다. 건축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연의 존재감을 느끼게끔 해주는 중간 장치이다. 매일매일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저녁이 익어가는 시간에 봉화군의 한 고택을 찾았다. 이곳은 소강고택이라는 곳으로 경북 봉화 바래미마을에 자리한 100여 년이 넘은 한옥이다. 의성 김 씨의 집성촌에 자리하고 있는데 소강고택은 경상도 지방의 명망 높은 부호이자 애국지사였던 남호 김뢰식 선생이 그의 둘째 아들, 소강 김창기가 장가를 들자 1910년경 지어준 집이라고 한다.
늦은 시간에 왔지만 황토 온돌방에는 따스함이 묻어 있었다. 이곳에서 선비방은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방이며 도령방은 고택 유일의 황토 온돌방으로 만들어져 있다. 말 그대로 전통한옥집이다. 일반 펜션등에서 누렸던 편리함은 잠시 내려놓고 가는 것이 좋다.
따뜻해진 날씨에 잠시 대청마루에서 마당의 풍경을 감상해 본다. 소강고택에는 각종 꽃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아직은 봄꽃이 피어 있지는 않다. 봄이 무르익었을 때 다시 한번 찾아볼까란 생각을 잠시 해본다.
소강고택은 사랑채와 안채가 접한 ‘ㅁ’ 자형 한옥으로 이 부근에 있는 집도 유사한 양식으로 지어졌다. 춘양목은 뒤틀림이 적고 잘 썩지 않아 조선 시대 궁궐이나 사찰, 사대부 양반집에 쓰인 소나무 중의 소나무라고 한다. 그런 소나무를 사용해서 지었기에 10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아무런 문제 없이 버틸 수 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골목길을 걸어서 돌아본다. 한옥은 집 안에서 펼쳐지는 빛과 바람, 비와 같은 자연의 현상을 그대로 전달해 준다. 한옥이나 고택은 일련의 경험들을 통해서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게 만들어준다.
여유 있게 마을을 돌아보고 다시 열린 공간들로 들어가 본다. 모든 고택이 문이 열려 있지는 않지만 열려 있는 고택은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정도에서 돌아볼 수 있게 해 준다. 이런 고택을 일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으니 말이다.
소강고택의 객실은 사랑방부터 어사방까지 총 6개. 사랑방은 두 칸 방에 사랑 대청마루를 함께 쓸 수 있는데 소강고택을 지은 김뢰식 선생은 상해임시정부가 군자금을 모을 때 전 재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힘을 보탠 인물로, 1970년대 후반에 건국훈장을 받았다.
대청에 앉아서 보면 한옥이 자연을 어떻게 보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한잔의 차를 마시기에도 좋은 때다. 이곳에 오면 고무신을 신고 돌아다니는 여유를 만끽해 볼 수 있다.
고택은 수백 년 동안 지속된 선조의 삶의 터전이자 모든 것이기도 하며 앞마당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조차 사연을 품고 있다. 세월을 거치면서도 굳건하게 지켜낸 그곳만의 고유한 정신과 지혜가 담겨 있는 곳이다. 그래서 좀 불편해도 감수해야 할 가치가 있다.
자 다시 고택으로 들어가 볼까. 고택으로 들어가기 위해 조용히 솟을대문을 밀면 먼저 사랑채와 마주하게 된다. 대청의 현판은 집주인의 삶의 철학이 담겨 있고, 올라가서 바라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누마루의 풍경이 있다.
문을 열어두었는데 그 사이로 사이사이의 고택의 매력이 살짝살짝 엿보이는 듯하다. 오랜 세월 빗장을 걸어놓았던 고택은 사람이 머물도록 공간을 공유하며 고택이 품고 있는 아름다운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고 어머니 품속 같은 봉화의 매력을 알려주고 있다.
고택의 공간은 크게 사랑채, 안채, 별당으로 나눌 수 있다. 소강고택은 사랑채와 안채가 합쳐져 ‘口’ 자형을 이루고 있다. 세월을 머금은 아름드리 춘양목 기둥과 손때 묻은 대청마루 그리고 듬직한 대들보가 조용하고 온화하게 자리 잡은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