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이 묻어나는 안동의 고산정
사랑이 있다면 그림자는 자연스럽게 생긴다. 사람은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심이 스며든 사랑의 짙은 향기가 만들어내는 흔적은 오래도록 남을 수밖에 없다. 안동 고산정은 여행지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지만 홀로 생각하면서 찾기에 좋은 곳이다. 사랑의 물그림자가 있다면 안동 고산정만 한 곳도 없을 듯하다. 탁 트인 곳에서 그냥 가만히 멀리 있는 정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해진다면 그걸로 족하다.
안동의 고산정은 상류에서 바위가 부서지고 돌멩이가 되어 결국 모래가 된 백사장 같은 곳의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다. 봄꽃이 피어나는 시기에 이곳에 오면 가슴이 풍요로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편하게 입고 왔기에 모래에 앉아서 잠시 멀리 떨어져 있는 고산정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드라마 속에서는 이곳에서 수없이 남자와 여자 주인공을 실어 날랐지만 지금은 운영되고 있지는 않다. 굳이 헤엄쳐서 가보고 싶다면 모를까. 현명한 선택은 돌아서 고산정으로 가는 것이 좋다.
이런 풍광이라니. 꼭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사람이 한 명 없어도 사랑 그림자는 물에 그려진 반영처럼 짙게 느껴진다. 풍경을 재해석해 그림에 이야기를 입힌 베르메르의 작품처럼 너무나 풍광이 좋다. 그는 잘 계산된 구도와 형태로 전체적으로 그림에 안정감을 부여했지만, 세세하게는 의도적으로 왜곡된 방향에서 사물을 배치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그림에 덧붙였다.
사람이라는 것이 그런 존재가 아닐까. 사람마다 사랑을 생각하는 관점은 제각기 다르다. 이제 조용한 곳의 여행지가 더 주목을 받고 있다. 대단한 일상은 아니더라도 이 순간을 마음에 담고 가면 그것만으로 좋지 않을까. 겨울이라는 계절이 끝나 녹아서 흘러가는 강물이 잔잔하기만 하다.
다시 돌아서 멀리서 본 풍경을 만나기 위해 다시 돌아왔다. 아파트로 빽빽하게 둘러싸인 곳에서 살다가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시간 자체가 행복일 것이다. 혼자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고산정은 어간의 우물마루를 중심으로 좌, 우에 온돌방을 꾸몄는데 좌측방은 통간으로 하였으나 좌측방은 뒤쪽의 1간만을 온돌방으로 만들어두었다.
가만히 고산정에 앉아서 다시 건너편을 보았다. 저 건너편에서 보았을 때가 더 좋았지만 지금도 괜찮다.
정유재란 시 안동 수성장으로 활약하여 좌승지에 증직 된 바 있는 성성재 금난수(惺惺齋 琴蘭秀 1530∼1599) 선생의 정자가 고산정이다. 낙동강의 상류인 가송 협의 건너에는 송림과 함께 독산이 솟아 있어 절경을 이루고 있는 고산정의 정자 앞으로 강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맞은편 산기슭에는 물맛 좋은 옹달샘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드라마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사랑 그림자가 짙은 곳이어서 더 애착이 간다.
진정한 사랑의 그림자는 짙게 남는다. 마음의 깊이만큼의 흐르는 눈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