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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12. 2023

딥워터 호라이즌

모든 재난은 갑자기 생겨나지 않는다. 

모든 위기에는 징후가 있다. 그 징후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에 재난이 발생하는 것뿐이다. 앞으로 생길 모든 재난을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인류는 항상 문제가 생기고 나면 문제를 분석하는데 재능(?)을 보여왔다. 지금 한국이 처한 문제는 경제적인 것이다.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판단하고 결정한 것이 하나씩 모여서 한 번에 안 좋은 요인들이 모이는 순간 다른 형태의 경제적인 재난이 나올지도 모른다. 


딥워터 호라이즌이라는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어떤 대처는 과할 정도로 넘쳐야 대응이 가능하지만 기업의 이윤논리로 인해 브리티시페트롤리엄(이하 BP)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던 회사였다. 충분히 안전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하지만 그런 고려는 하지 않았다. 2010년 4월 20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앞바다 멕시코만 석유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 호. 무리한 작업량으로 인하여 이미 배가 시한폭탄 같은 상태임에도 본사는 일정과 비용을 이유로 안전검사를 무시하면서 문제가 생겨난다. 

항상 말하는 것이지만 좋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안 좋을 때가 문제인 것이다. 지금까지 좋을 때 문제가 생긴 적이 언제 있던가. 한국의 부동산 문제 역시 그렇지 않은가. 모두가 좋을 때는 그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 법이다. 석유시추선의 딥워터 호라이즌의 굴착시설은 2001년 현대중공업에서 제작한 121m X 78m 크기의 반잠수형 해양 굴착 시설이다. 최대 시추 심도 약 9,000m로 사고로 인해 11명 실종/사망, 17명 중상을 입었으며 폭발 당시 아파트 24층(73m) 높이까지 치솟은 불기둥 화재가 계속되다 36시간 만에 침몰하게 된다. 이로 인해 5개월 간 약 7억 7,800만 리터의 원유 유출되었는데 이는 태안 기름유출 사고와 비교하면 약 62배 정도라고 한다. 

생각지도 못한 일은 생각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생각했으면 그건 위험이 아니다. 위험의 징후를 아무리 잘 보아도 보이지 않는 면이 항상 있게 된다. 이 영화는 재난을 충실히 그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사람은 그곳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거대한 재난이 닥치게 되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는 최선을 다해 재난의 근원과 빨리 끊어내는 것뿐이다. 조금이라도 이득을 보려고 하면 문제는 더 커질 뿐이다. 

특정분야의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특히 현장을 알아야 한다. 데이터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가장 오판을 내리기 쉬운 결정을 만든다.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 전문가는 가장 많이 현장을 돌아봐야 하고 보고나 어떤 사람의 눈으로 왜곡된 정보로 판단하게 되면 큰 재난은 막지 못하게 된다. 요즘 생각해 보건대 정치는 유능한 사람이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다. 정치는 현명한 사람이 해야 한다. 현명한 사람이 유능까지 하면 더없이 좋다.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재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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