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Mar 09. 2023

스즈메의 문단속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미소를 보여주고 싶다면..

자신을 돌아보았을 때 마음의 문을 열어본 기억이 있는가. 아니 마음의 문이라는 것을 자신의 마음대로 열고 닫을 수 있는지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은 어쩌면 자신을 위해 속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티르키에의 대지진이나 과거 일본의 대지진을 생각하면 파괴적인 느낌만 남는다. 지구라는 별에는 사람이 상상하기도 힘든 큰 에너지가 안에서 꿈틀댄다. 영화는 그걸 참 잘 표현해 냈다. 마치 사람이 문을 닫고 세상과 소통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터져 나오는 마음의 에너지처럼 말이다. 에너지를 좋은 곳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에너지는 파괴적인 모습으로 열린 문을 통해 나올 것이다. 


아름다운 영상미뿐만이 아니라 모험, 사람과의 만남, 갈등등을 모두 넣은 스즈메의 문단속은 세상을 구하기 위한 용기 있는 선택을 통해 결국 어릴 적의 자신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어릴 적 스즈메는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인해 집뿐만이 아니라 어머니를 잃고 만다. 그런 스즈메는 가장 중요한 어릴 적의 상실을 의미한다. 그런 스즈메를 이모가 사랑하려는 마음으로 키우지만 스즈메는 문을 닫지 못했던 어릴 적의 기억을 가지고 살아간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시기에 열린 문을 통해 보았던 세상은 아무리 어른이 되고 시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찾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것을 보게 된다. 사람들은 그걸 너무나 쉽게 간과한다. 

세상에는 많은 재난이 일어난다. 그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것은 마음의 밀도를 가진 사람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에서처럼 재난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그 재난의 문을 닫을 용기가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것으로 된다. 영화 속의 배경이 된 도시들은 대부분 가본 적이 있는 도시들이다. 규슈, 고베, 시코쿠, 도쿄까지 일본 각지의 모습이 담겨 있어 함께 여행하는 즐거움이 있다. 영화는 스즈메가 우연하게 한적한 자신의 마을에서 재난의 문을 닫는 업을 지니고 살아가는 청년 소타를 만나면서 시작한다. 아무도 찾지 않는 폐허가 된 곳을 물어보는 그에게 호기심을 느끼게 된 것이다.  

스즈메가 관심을 가지는 소타는 기댈 수 있을 정도로 든든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큰 무게를 겨우 지탱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소타 역시 스즈메의 손을 잡고 얼어버린 마음속에서 나올 수 있게 된다. 재난이 나올 수 있는 문을 고정했던 요석은 수수께끼의 고양이 다이진이 되어버린다. 개구쟁이 신처럼 보이는 다이진은 처음에는 오해할만한 행동을 한다. 마치 재난을 몰고 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이진 역시 그 재난을 알려주며 스즈메가 열고 만나야 하는 문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타는 우연하게 스즈메를 만나고 나서 다이진과 마주친 순간 스즈메의 의자에 영혼이 갇히게 된다. 작은 유아용 의자에 다리도 하나가 빠져 불안정하기만 하다. 우리도 모두 다리가 하나쯤 빠진 불안한 존재들이다. 아무 일이 없을 때는 세 다리로 잘 서있을 수 있지만 조금만 잘못되면 넘어지는 것이다. 스즈메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처음에는 잘 모르다가 영화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알게 된다. 그녀가 어릴 적 어머니를 잃었던 그 상실의 크기가 얼마나 크고 여전히 그런 자신을 찾고 싶었는지 말이다. 

어린 시절의 큰 상처는 제대로 마주 보지 않는다면 절대로 아물지 않는다. 필자의 경우 부모가 처음이었던 부모가 지식이 많지가 않아서 그렇게 좋은 환경에서 자라나지 못했다. 그 경험은 필자를 독립적으로 만들어주었으나 영혼에 많은 자유를 부여했다. 즉 혼자서 무엇이든지 간에 잘 습득하지만 중간중간을 뛰어넘어서 목적지에 잘 도착한다는 것이다. 때론 중간의 과정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도 말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만나는 사람은 어린 날의 자신이었다. 엄마가 남겨주신 다리가 하나 없는 의자를 유일하게 기대면서 눈물을 흘렸던 그녀를 만나고 나서야 자신의 문을 닫을 수 있었다. 내 안에서 터져 나오는 에너지를 그대로 놔두지 말고 가장 여렸던 그때로 돌아가보자.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스즈메의 문단속의 주제가이며 OST인 カナタハルカ (저 멀리)라는 노래는 끝까지 듣지 않고서는 차마 극장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할 정도로 노래와 가사가 너무 좋았다. 세상은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나의 미소를 보여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한 사람을 위해 사용할 그 마음의 문을 열어줄 사람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