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춘장대의 피어나는 봄의 아지랑이와 같은 맛
봄의 이름과 어울리는 충남 서천의 해수욕장으로 춘장대(春長臺)가 있다. 봄에 데쳐먹으면 좋을 식재료로 주꾸미가 있는데 잘 익은 주꾸미를 뒤집어보면 마치 꽃이 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바다에서 나온 봄꽃이 주꾸미가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주꾸미는 낙지와 같이 다리가 여덟 개이지만 짧다. 죽어 혹은 죽금어라고도 불렸던 주꾸미는 오래전부터 식재료로 사용되어 왔던 봄의 맛이다.
‘크기는 4~5치에 지나지 않고 모양은 문어와 비슷하나 다리가 짧고 몸이 겨우 문어의 반 정도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
춘장대해수욕장은 매번 가까운 광장이 있는 곳으로 갔다가 이번에는 가려던 식당이 있는 곳으로 이동을 해보았다. 해수욕 외에도 썰물 때면 주변의 섬들을 걸어서 갈 수 있는 섬이 있고, 갯벌에서는 맛살·조개·넙치 등을 잡을 수 있는 곳이다.
서천을 대표하는 해수욕장으로 원래 동백정 해수욕장이 있었다. 지금은 서천화력발전소가 자리한 곳이다. 그곳이 화력발전소가 들어서자 그 대안으로 사유지였던 이곳 춘장대가 해수욕장으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서천의 바다가 나온다. 국립수산과학원의 한국수산물성분표에 따르면 주꾸미는 낙지의 2배, 문어의 4배, 오징어의 5배에 달하는 타우린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주꾸미와 어울리는 육수로 봄철에 나오는 나물을 넣는 것도 좋다. 미나리라던가 향긋한 봄나물을 넣고 끓이면 주꾸미의 바다맛과 어울린다.
알이 꽉 찬 봄 주꾸미는 영양소가 풍부해 건강에도 좋은데 봄철 최고의 자양강장제로 인기가 많다. 매일매일에 시세가 달라지기 때문에 그날 식당을 가서 물어봐야 한다. 바닷속에 가라앉은 고려, 조선 시대 유물 발굴에 한몫하기도 했던 주꾸미는 고려청자 등 2만여 점의 유물이 실린 '태안선'의 존재도 주꾸미 덕분에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는 후문도 있다.
주꾸미는 알을 실은 몸통을 제외하고 다리를 먼저 떼어서 연홍색으로 익기 시작하면 바로 먹는 것이 좋다. 더 많이 익히면 질겨지기 때문이다. 봄철 주꾸미 특유의 아름다운 발색이 올라오는데, 머리 양옆으로 진하게 나있는 눈을 닮은 금색 고리무늬가 보인다.
잘 익힌 다음 다리를 두 개 정도씩 잘라서 먹으면 먹기에도 부담이 없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의 수명이 1년이 안될 정도로 짧은 것이 주꾸미다.
제철 주꾸미는 이렇게 무침으로도 먹을 수 있다. 냉동된 주꾸미는 싱싱하지 않기 때문에 볶아서 먹지만 싱싱한 주꾸미는 이렇게 무침으로 만들어서 먹을 수 있다.
몸통은 잘 익혀서 먹으면 되는데 알이 마치 밥을 먹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주꾸미 먹물로 만든 볶음밥이나 어떤 음식점에서는 먹물을 주제로 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서 내놓기도 한다.
최선을 다해서 주꾸미를 먹고 다시 날이 풀려서 봄기운이 만연한 춘장대 해수욕장을 걸어본다. 평범함을 거부하고 특별한 길을 걷기를 원한다는 것은 삶을 적극적으로 변화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매일 똑같은 공간에 갇혀서 누리지 못했던 햇살 혹은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작은 일상의 변화만으로 새로운 에너지도 얻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