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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하동 돼지국밥

든든함과 함께 깔끔함으로 만들어낸 뒷맛

지방에 인구가 많이 줄은 덕분인지 한적한 곳에 가면 조금만 늦은 시간이 되더라도 문을 닫아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음식점을 찾는 것이 쉽지가 않다. 의도하지 않게 건전한 저녁생활을 하게 되는 셈이다. 보통은 9시만 넘으면 문을 닫기 때문에 그전에 식사를 할 곳을 잘 찾아야 한다. 게다가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한다는 지상의 과제를 지니고 태어났다는 생각 때문인지 신중하게 선택을 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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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군의 시장 역시 일찍 문을 닫는다. 주변에 식당을 하는 곳도 많지가 않은데 5일장이 열릴 때나 영업을 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흔히 돼지국밥하면 부산을 생각하고 무언가 진득하면서도 깔끔함 보다는 서민적인 맛을 추구하는 경향이 많다. 그렇지만 이날 먹어본 하동의 돼지국밥집은 깔끔한 뒤맛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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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괜찮아 보이는 돼지국밥집을 찾았다. 하동군의 전통시장의 주변에서 돼지국밥을 하는 집은 몇 곳이 되지 않는다. 반찬은 깔끔하면서도 입맛에 맞는 편이다. 국물을 적당히 머금어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살코기도 비계라곤 찾아볼 수 없어 처음 돼지국밥이 이 음식점이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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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물이 많은 오이찬을 좋아한다. 양념이 잘 배인 오이소박이는 국밥 하고도 잘 어울린다. 한국의 경우 유럽과 달리 음식이 상당히 빨리 나오는 편이다. 그렇게 발달을 해온 것이 우리의 음식문화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식사가 익숙한 사람들이 이태리 같은 곳에 가면 마음 다스림을 배워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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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음식들은 대부분 필요한 재료들을 따로 익히고 필요할 때 끓여서 합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국밥 같은 경우가 그렇다. 짧은 시간 쉬어가는 손님들의 요기를 위해 빠르게 차려낼 수 있는 음식이 돼지국밥이기도 했다. 미리 해놓은 밥과 국을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담아 내놓는 음식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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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국물로 끓여낸 이 하동군의 국밥집은 입맛에 제법 잘 맞는 편이다. 돼지고기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식재료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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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지역문화와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음식이기도 하다.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음식이 복잡하게 뒤섞인 재미있는 이야기들은 인류가 겪어온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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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텁텁한 스타일의 부산 되지국밥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조금 맑으면서도 깔끔한 그런 맛을 좋아하는데 이곳은 그런 맛이었다. 돼지국밥의 정확한 유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는데 돼지 뼈로 우려낸 육수에 고기와 밥을 마는 돼지국밥이 부산과 경상도 일대에 국한되고 1950~1960년대부터 급속히 확산된 것을 보면, 6·25 전쟁을 거치면서 그나마 구하기 쉬운 돼지 부산물로 설렁탕을 흉내 내어 뿌리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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