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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20. 2023

솔바람 부는 날

서천 유스호스텔에서 1박을 하며 보낸 시간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쫒게 된다. 대게는 소비를 부추기고 삶이 불확실한 죽음을 향해 간다는 사실조차 잊으려고 한다. 고통과 행복은 하나로 묶여 있다. 고통을 피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겠지만 그걸 피하면 행복조차 같이 피하는 것이다. 때론 절대로 채워질 수 없는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감정 능력의 한쪽을 마비시키는 것과 같다고 한다. 우는 것과 웃는 것은 인간이 가진 얼굴의 근육을 가장 많이 쓰는 것이기도 하다. 

서천유스호스텔과 서천군청소년수련관이 있는 장항솔숲은 많이 와보았지만 이곳에서 머무르면서 잠을 잔 것은 처음이었다.  유스 호스텔은 세계 곳곳에 분포되어 있는데, 대개는 경치가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유스 호스텔은 1900년대 초 독일에서 시작되었는데 제1차 세계대전 후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나가게 된 것이 오늘날의 모습이다. 

보통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숙소이기 때문에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침대가 두 개가 있다고 했는데 홀로 잠을 자게 된 것이 오히려 다행인 느낌이었다. 성인 남자 두 명이서 자면 무언가 불편해질 것 같은 느낌이 확 들었기 때문이다. 

유스호텔에 머물고 다시 주변을 돌아보았다. 

어느 곳에 묵으면서 주변을 돌아보면 그 느낌이 좀 다르다. 아침에 일어나서 주변을 돌아보는 것은 마치 그곳의 알려지지 않은 속내를 보는 것만 같다. 

이 시간에 장항솔숲길을 걸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해안을 따라 1킬로미터가 넘는 해송숲이 병풍처럼 둘러진 장항 송림산림욕장이다. 간석지를 솔밭으로 만든 곳으로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솔내음까지 담아서 온다. 


아무리 행복한 일도 적응하고 나면 이내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더 큰 행복은 더 큰 것에 있지 않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미세한 틈새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산책로 중간중간에 바다풍광을 볼 수 있는 해변길이 있는 이곳은 시작과 끝이 어디인지 알 수가 있다. 삶은 갈길이 멀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필자 역시 그렇다. 열심히 왔는데 아직 멀리 있다고 느끼는데 그것은 지금 어디로 향하는지 알고 있기에 긍정적이다.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된 장항송림산림욕장이 각별한 이유는 전국 해안 사구에 있는 유일한 해송 숲이기 때문이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한 솔숲 사이로 고즈넉한 산책길이 여러 갈래 이어지는데 흙길처럼 단단한 모랫길 위로 마른 솔가리를 밝은 느낌은 조금은 특별하다. 

걷다 보니 이렇게 길의 끝이 보인다. 곳곳에 마련해 놓은 벤치에 앉아 숲과 마주한 바다 풍경을 즐길 수가 있는데 숲길의 끝자락에는 바다로 향한 길이 열려 있어 숲을 빠져나와 해변을 거닐어도 좋다.

이 앞바다는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676년 신라와 당나라가 금강 하구인 기벌포 앞바다에서 전투를 벌였던 곳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신라는 서해의 제해권을 장악하고, 당의 세력을 한반도에서 완전히 몰아내게 된다. 

사람은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에 더 익숙하다. 자신의 내면 속으로 들어오는 것에는 오히려 서투르다. 걷다가 만난 특이한 벤치에서 잠시 앉아서 아침의 해에 눈을 감아본다. 창의적인 사람이 감정에 휘말리는 것은 어떤 경험을 하든 창의적이고 추상적인 의미를 계속 부여하면 그 이면의 우울감이나 다른 부정적인 감정을 만나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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