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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21. 2023

봄의 향수, 노랑

산수유의 노란색이 어울리는 옥천 정지용 생가 

개개인의 인생은 뻔한 소설이 아니라 각본 없는 이야기라는 말이 있다. 뻔해 보이는 일상이라도 나다운 삶을 경위할 수 있다. 사람의 인생이야기는 원하는 만큼 짧을 수도 있고 생각보다 길 수도 있다. 때론 엉망진창이 되기도 하고 흥미진진하게 이어지기도 한다. 글을 쓰는 사람은 그 이상의 세계를 보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삶은 각본대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선 과거와 현재가 굳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아도 좋다. 읽어주는 사람만 좋으면 그만이다. 

시간이 돌고 돌아서 어느새 2년이 지나갔다. 다시 옥천을 찾아갔는데 당연히 옥천을 대표하는 시인 정지용 생가를 먼저 찾아가 보았다. 노란색의 산수유꽃이 초가집의 희석된 노란색과 어울려 보이는 곳이다. 

정지용 생가가 있는 곳은 그의 시에서 나온 것과 같이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있으며 늙으신 아버지가 어디선가에서 짚 베개를 베고 누워 있는 그 장면을 연상하고 꿈에서도 잊지 못했을 것이다.  

흙에서 자란 마음과 파란 하늘빛, 노란색의 산수유가 있던 이곳에 향수가 있다. 정지용이 태어나서 자란 생가가 자리한 곳은 옥천 구읍으로 지금의 옥천 중심지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요즘에는 옥천 구읍 여행이 뜨고 있다고 한다. 

다시 한번 향수라는 시를 읽어보고 안쪽으로 들어가 본다. 정지용은 1950년 6·25 전쟁 이후의 행적에는 여러 설이 있으나 납북되었다가 1953년경 북한에서 사망한 것이 통설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 나이가 48세로 추정하고 있다.

향수라고 하면 두 가지가 동시에 공존하는 느낌이다. 정지용의 향수는 따뜻한 느낌이지만 파트리트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는 처절하게 다가온다. 아무는 모든 사람에게 향수가 있고 계절 마다도 향수가 다르다. 

옥천에 찾아온 봄의 향수는 노랑이다. 노랑이라는 색은 어떤 맛이 날까. 보통 색을 보면 사람은 맛을 느끼게 된다. 노랑은 살짝 새콤하면서도 코끝을 살짝 스치는 그런 맛이 아닐까. 

소를 타고 가는 소년과 그 뒤로 피어 있는 꽃과 정감 있는 풍경이 만들어진다. 

정지용 시인의 상이 정지용 문학관 앞에 자리하고 있다.  향수의 어원을 보면 ‘통해서(through)’라는 의미의 라틴어 ‘퍼(per)’와 ‘연기(smoke)’를 의미하는 ‘푸무스(fumus)’에서 유래된 단어이니 피우는 향에서 유래한 것이다. 

피우는 향이라는 의미처럼 휘발성이 있어서 날아가는 향수지만 기억 속에서는 남아 있는 것이 향수이기도 하다. 글이라는 것이 한 번 읽으면 모두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조각조각된 파편들이 기억에 남듯이 말이다. 

향수를 쓴 정지용은 서구 추서적인 아류의 이미지즘이나 유행적인 모더니즘을 넘어서서 우리의 오랜 시적 전통에 근거한 산수시의 세계를 독자적인 현대어로 개진했던 사람이다. 

봄의 향수는 노랑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얀색의 목련도 함께하고 있었다. 올해 시끌 북적 문학축제인 36회 지용제는 2023년 9월 7일부터 9월 10일까지 정지용 생가 및 구읍 일원에서 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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