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불행을 선사하는가.
세상에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홀로 고독하게 아무와도 연관되지 않고 자신의 땅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채 살야 한다. 우리는 왜 법을 만들었을까. 법은 아주 오래전부터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 시대를 달리하며 법도 계속 바뀌어져 왔다. 우린 인류의 위대한 유산이라는 함무라비 법전에 기록된 것처럼 형벌을 적용하지 않는다. 피해자의 신분에 따라 가해자에 대한 처벌의 정도가 달랐던 함무라비 법조문과 달리 현재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적용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은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법의 밀도가 계층에 따라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모든 사람이 법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바로 손 닿을 거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법은 일종의 법조문을 활용한 글쓰기의 기술 중 하나다. 법의 논리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판결사례도 검토해야 한다. 법을 가지고 싸우는 것은 대부분 자본과 시간 싸움이다. 자본이 없으면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이 들어가고 자본이 많으면 자신대신에 싸워줄 누군가를 내세우면 된다. 그런 사람들을 법조인이라고 한다. 변호사라고 하면 프리랜서 같은 법조인이지만 검사나 판사는 국가에서 월급을 받는 공적인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한국은 삼심제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다. 한 사건에 대하여 심판을 세 번 받을 수 있는 심급제도로 이미 조선시대 훈민정음을 반포하였던 세종대에 최초로 제정되었다. 1심과 2심은 사실심, 즉 사실의 존부와 법률의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한 판결이고, 3심은 법률심, 즉 법률적인 측면만 고려한 판결이다. 마지막 3심의 대법원에서 내리는 판결은 법률적으로만 판단을 한다. 이 과정을 다 거치려면 변호인의 도움을 받던 받지 않든 간에 일반적인 사람들은 금전적이나 정신적으로 녹초가 된다.
2023년 검사 아빠를 둔 학폭가해자가 아무렇지 않게 법적인 힘을 사용하여 자유로워진 것을 보고 사람들은 분노를 느끼고 있다. 법으로 오랜 시간 누군가에게 상대하려면 돈이 아주 많이 든다. 돈을 쓴다고 하더라도 그걸 넘어서는 장벽들이 있다. 그건 공평하지 않은 장벽들인데 쉽게 말하면 이상하지만 매우 합리적으로 보이는 인맥이라고 할까. 사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관예우 같은 것이다.
전관예우가 먹히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이 미래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생각하면서 살아가지만 미래에 어떤 행동을 할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어떤 행동을 할 것을 결정하면 문제가 생기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것이 만약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런 결정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은 상황에 지배를 적지 않게 동물이다.
사람은 소통을 할 수 있는 존재이며 어느 정도 상황만 갖추어진다면 공감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법은 냉정하면서도 어떤 의미에서 보면 기술만이 남아 있다. 삼성전자에게 필요한 것이 결함 없는 3 나노 공정이 필요하지만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듯이 법에도 결함 없는 세밀한 법조문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돈이 필요하다. 법이라는 것은 갑옷은 때론 많이 유용하다. 법의 밀도가 높은 곳에 있고 언제든지 손이 닿을 곳에 있다면 말이다.
근본적으로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문제를 만들지 않고 문제가 생겼다면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법이다. 법은 자신의 집을 지키고 누군가를 허물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법의 밀도가 어떻게 느껴지는가. 느껴지는 밀도 속에 누군가는 숨에 차고 누군가는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공정한 사회는 아니다. 필요하다면 법은 최소로 사용되고 불행보다는 덜 불행해지기 위한 작은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