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이지당(沃川 二止堂)

산이 높으면 우러러보지 않을 수 없고 큰 행실은 그칠 수 없다.

밝은 곳에서는 미처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눈앞에 펼쳐진 것들이 시야를 가로막기 때문이다. 어둡고 어두운 안에서는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바라볼 수 있다. 적막한 가운데 홀로 비추는 것은 다른 아닌 나 자신인 것이다. 중용에서는 숨어 있는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으며, 세밀한 것보다 더 잘 나타나는 것은 없다. 은밀하고 세밀한 것에서부터 나쁜 것이 자라나는 것은 자기 자신이 제일 먼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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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건너편에 있는 고택은 옥천 이지당이라는 곳이다. 처음에는 이곳 지명을 따라 각신서당이라고 하였으나 우암 송시열이 시전의 '고산양지 경행행지' 산이 높으면 우러러보지 않을 수 없고 큰 행실은 그칠 수 없다'에서 끝의 두지를 따서 한자로 이지당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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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고고한 산이라고 하더라도 잘 안 보이는 계곡은 생긴다. 사람은 산만 보고 깊어지고 어두운 계곡은 보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듯이 부정적인 면은 언제나 긍정적인 면보다 더 크고 깊게 느껴진다. 방안의 어두운 모퉁이는 모르는 척하고 넘어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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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성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의병장을 했던 중봉 조헌이 이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고 쇠락되었던 것을 1901년(광무 5)에 옥천읍 옥각리에 살던 금, 이, 조, 안 씨 네 문중에서 재건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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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당은 정면 6칸, 측면 1칸 규모의 목조 기와집으로 평면구성으로는 몸채는 서쪽으로부터 2칸의 방, 3칸의 대청마루, 한 칸의 방을 두고 있다. 양쪽으로 건물이 튀어나와 있는데 서쪽 익랑은 2층 누각식으로 구성하였고 동익랑은 동쪽으로 계단을 두고 툇마루를 설치하여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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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과 채움은 같이 가는 것이다. 한옥이 좋은 이유는 성글기만 하지 않고 빽빽하게 채워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글기만 하면 깊이가 없고 빡빡하면 운치가 없다. 그걸 알면서도 비움과 채움을 같이 가게 하는 것이 항상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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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당의 현판의 바로 옆에는 각신서당이라는 현판도 보인다. 새롭게 깨닫는다는 의미의 각신(覺新)이다. 좋은 글은 많이 볼 수 있지만 많이 보는 글이 반드시 좋은 글은 아니다. 청렴해 가난한 자가 있기도 하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반드시 청렴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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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를 채우는 상류인 서화천의 아름다운 풍광을 실컷 눈에 담을 수 있는 구간을 걸으면 초반부인 추소리 ‘부소담악’과 중반부 지오리에서 만나는 호안절벽은 대청호 제일의 절경으로 꼽는데 모자람이 없다. 거기다 ‘이지당’이라는 보물까지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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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람들은 공부만 하지 않았다. 좋은 경치가 있는 곳에 건물을 세워두고 강학을 했던 것은 공부를 해서 채우다가 시간을 가지고 다시 비우기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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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은 지나친 채움에서 멀어지기만 하면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다. 비움의 본래 목적은 자연의 뜻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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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릇파릇 피어나는 나뭇잎과 꽃이 피기에 좋은 온도다. 서걱서걱거리던 곱창김에 따뜻한 밥을 넣고 방금 땅에서 올라온 달래를 넣은 달래장을 얹어 먹는 것이 어울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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