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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27. 2023

다음 소희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는 평범해 보이게 만든 희생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과 민주사회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민주적인 것보다 더 우선시 되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다. 자본주의라는 것은 자본이 가장 먼저라는 의미다. 인간적이라는 말을 누구나 하지만 인간적으로 사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간적이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은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으로 사는 사람들이 더 많다. 안타깝지만 내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의 일이 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사건사고가 생기고 나서야 잠시 관심을 가질 뿐이다. 자본이 더 우선시 되는 사회에 살고 있으니 어쩔 수가 없다. 


많은 이들에게 사건을 알린 SBS 시사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현장실습 실태를 다룬 적이 있다. 통신회사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5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학생 사건이 생긴 것이었다. 각종 탐사보도 기사들, 현장실습 노동 현장과 교육 당국의 문제점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젊어서 고생한다는 말은 젊기에 더 열악한 곳에서 일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필자 역시 실업게고에서 경험하는 현장실습생이 어떤 상황에서 일하는지 잘 알고 있다.  

산업계에 인력이 부족했던 시기에 고등학생들을 빨리 교육시켜서 내보내기 위해 실업계고를 대폭 확대시킨 것이 박정희 때였다. 사회에 일찍 나간다는 의미 외에 학생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줄리는 만무했다. 하루 8시간을 근무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전체로 볼 때 감정이입이 되지 않지만 한 명의 개인으로 구체화할 때 몰입이 가능해진다. 작년에 이태원에서 압사를 당했던 사람의 숫자로 기억되는 것과 한 명 한 명 개개인으로 인식될 때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다가온다. 

모든 것이 능동적으로 가입할 수 있는 이때에 왜 아웃바운드를 유지하려고 할까란 생각이 든다. 점점 영업이 힘들어지는 요즘 사람을 갈아 넣지 않으면 실적을 만들 수가 없는 것도 현실이다. 고등학생인 소희는 콜센터의 아웃바운드를 하는 회사에서 일하면서 엄청난 실적 압박을 받게 된다. 춤을 좋아하고, 할 말은 하는 밝은 고등학생이었던 ‘소희’는 일을 시작하면서 점차 말수가 줄고 빛과 색을 잃어간다. 

인간적으로 괜찮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기업은 얼마나 될까.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예산을 투입한다고 하면서 동시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버리는 이상한 정책을 하고 있다. 일하느라 사람을 만날 시간도 없는데 어떻게 출산율이 올라갈 수 있을까. 스스로가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야 가정을 이루고 싶은 마음도 들고 자식을 낳고 싶어질 것이다. 온갖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하다가 죽는 기사를 어렵지 않게 접하는 한국사회에서 다음 소희는 누가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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