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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13. 2023

존윅 4

액션에 삶의 철학까지 담은 시리즈의 피날레

사람이 가진 야망은 그 사람이 가진 가치를 넘어서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가치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을 보기가 쉽지가 않다. 자신을 낮추는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며 자신을 과대평가하면서도 자신의 실체조차 속이는 사람도 있다. 사람이 가진 가치는 자격증이나 학벌, 집안등으로 평가되지는 않는다. 그냥 그 사람 자체를 보고 생각해야 한다. 사람이 자존감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비교불가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놓은 부산물을 가지고 비교를 하게 되면 끊임없이 비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존윅은 세계적인 킬러로 살아오다가 한 여자를 만나 자신이 존재하고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으며 그 세계를 벗어났던 인물이다. 그렇게 살아야 할 이유를 부여했던 세상을 떠난 부인이 남긴 개를 죽인 양아치-그의 아버지는 러시아 마피아 리더에 대한 복수가 첫 편의 이야기였다. 이후 2편과 3편에 이르러서 전면에 부각되는 것은 최고회의-영화에서는 하이테이블(high table)-에 맞서 싸우는 존 윅의 이야기로 그려져 나간다. 이들은 은퇴한 청부살인업자 존 윅을 굴복시키고 죽이려고 하지만 강호의 실력자들을 수십, 수백 명 단위로 죽이고 존 윅은 살아남는다.

다시 이 세계로 들어온 존윅은 굴복시키려는 집단에 저항하며 자유를 얻으려고 한다. 그가 얻으려는 자유는 무엇을 지향하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왜냐면 그는 살아남는 데에만 모든 여력을 쏟아부어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존윅을 보면서 온전히 생존이나 목적 없이 돈을 버는 삶을 사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지 느끼게 만든다. 삶의 목적이 사라진 곳에 무엇이 들어올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보통은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것들이 채워진다. 사람의 본질은 상황에 따라 적응하지만 그 상황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견자단은 존윅 4에서 맹인 킬러로 등장하여 액션에 더욱더 강한 기대감을 준다. 액션씬은 상당히 사실적이면서도 잔인하다. 영화에 사용되는 모든 무기-권총이나 기관단총, 표창, 이번 오사카 시퀀스에서 강조된 활과 화살등은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앤틱 하면서도 수집가들의 애호가 있는 것들이다. 액션영화가 이렇게 길어도 되나 싶게 길지만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액션 시퀀스에 금방 시간이 지나가버린다.  

존윅에서는 왜 죽여야 하는지는 아무도 묻지도 않고 대답하지도 않는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직접 생각해야 한다. 자신이 살아가는 목적은 다른 사람이 정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의 시간은 짧지만 무척 길게 느껴진다. 사람이 느끼는 시간은 자신이 느끼는 만큼이나 길게 느낄 수가 있다. 해가 뜨는 시간까지 마지막 결투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존윅이 마지막 225개의 계단을 살인청부업자와 결투를 하면서 죽을힘을 다해서 올라갔다가 한 번의 충돌로 맨 밑바닥까지 굴러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사람의 삶이 그런 것인가란 생각도 든다. 자신이 걸어가고 싶은 혹은 목표로 삼은 것을 너머에도 꿈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에너지가 넘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살아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준 여성이 준 자유를 위해 존윅은 오늘을 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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