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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06. 2023

천곡황금박쥐동굴

동해시 도심에 자리한 시간을 느끼게 하는 공간

지구는 태양에서 규모가 있던 세 번째 암석으로 시작되었다. 성운 잔해들의 격렬하고 지속적인 충돌을 통해 내부의 방사성물질이 붕괴되면서 중력의 힘이 철과 니켈을 녹였다. 중력으로 인해 무거운 금속의 액체들이 지구 중심으로 가라앉으면서 밀도 높은 철핵을 형성했다. 이에 비해 가벼운 암석 덩어리들은 지구 표면으로 올라가면서 지각을 형성했다. 지구표면에 있는 모든 물질들은 가벼우면서도 서로 계속교환이 된다. 

동해시의 도심에 자리한 천곡 황금박쥐동굴이 발견된 것은 1991년이니 대한민국의 전환기였던 때였다. 서울을 넘어서 전국에 있는 도시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한 때가 그 시기였다. 동해시의 천곡동이라는 곳을 신시가지로 개발하면서 아파트를 짓기 위한 기반공사를 했는데 이곳이 발견된 것이었다. 

동해에는 갈 곳도 많이 있지만 시의 중심에서 가까운 명소들도 있다. 동해팔경 중에 이곳 천곡황금박쥐동굴은 제5경에 해당하며 천곡은 예로부터 참물내기(冷泉)라는 샘이 있어 샘실(泉谷)이라고 불렸는데 그 한자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 천곡이다. 

지금까지의 지구의 역사를 24시간으로 표현한다면 인류의 역사는 출현하고 난 후 3초 정도에 불과하다. 그만큼 찰나의 순간에 지구에 출현해서 지금까지 현대문명을 이루면서 살아왔다. 

찬란한 유산이라는 드라마가 이곳에 촬영한 것이 벌써 20여 년 전이다. 황금박쥐가 서식한다고 하여 천곡황금박쥐동굴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1991년에 발견된 이곳은 1994년에 일반에 개방되었다. 동굴의 형태는 거의 수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총길이 1,400m 중에서 700m가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다.

물에 의해서 만들어진 동굴이지만 시간도 필요하다. 천곡동굴과 같은 석회동굴은 석회암 지층 밑에서 물리적인 작용과 화학적 작용에 의하여 이루어진 동굴이다. 지하로 흐르는 물과 빗물이 섞여서 물의 산도가 더 높아지는데 석회암이 지하수나 빗물의 용식(溶蝕: 암석의 가용성 물질이 물과 화학적으로 반응하여 용해되고 그로 인해 암석이 파괴되는 과정)과 용해(溶解: 용질이 용매와 고르게 섞이는 현상) 작용을 받아  만들어진다. 

이곳을 가려면 헬멧을 쓰고 내려가야 한다. 불규칙한 천장고 때문에 부딪치기가 매우 쉽다. 용해된 암석이라고 하더라도 머리보다는 훨씬 단단하다. 

아래로 걸어가면서 들리는 물소리가 기분을 묘하게 만들어준다. 동굴은 물의 흐름과 연관이 깊기 때문에 동굴은 경사면을 따라 다양하게 만들어지게 된다. 물이 암석의 약한 부분을 따라 계속 흐르면 동굴의 구조가 점점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만들어낸 공간으로 들어가 보는 길이다. 지질학자들은 맨틀에서 기원한 암석을 지표면에서 채집하고 분석하여 지구 내부 구조를 알아내는데 예를 들어 다이아몬드는 깊이 190km를 넘는 고압 환경에서 만들어진다. 

이 정도 깊이로 내려간다고 해서 다이아몬드를 볼 수는 없지만 오래된 지구의 역사를 엿볼 수는 있다. 

동굴이라고 해서 계속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수평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면서 돌아다니다 보면 종유석·석순·석주 등 2차 생성물을 볼 수 있으며 이름을 붙여놓은 것도 볼 수 있다. 

고개를 숙여가면서 때로는 거의 엎드리다시피 통과해야 하는 곳도 있다. 황금박쥐가 이 동굴에 서식하고 있는데 보지는 못했다. 필자를 비롯한 생물이 물리적 지구가 형성되는 과정에 기여한 사실은 지질학적 과정과 유기적 과정이 매우 밀접하다는 의미다. 

이곳을 열심히 걸어 다닌 덕분에 숨이 좀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숨을 쉬면 나온 공기가 대기등과 결합하여 아주 오랜 시간 후에는 이곳 천곡황금박쥐동굴도 그 모습을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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