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인생은 자원과 스킬, 자산을 만드는 게임
지금은 다양한 롤 플레잉 게임이나 MMORPG, 메타 버스등의 게임이 등장하고 있지만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게임이라고 하면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 같은 게임이 주를 이루었다. 닌텐도나 X Box,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콘솔게임이 있지만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견고한 다중방식은 베틀넷을 사용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것과는 다르니 스타크래프트를 예로 들어본다. 물론 이 글은 게임에 대해 쓰는 글은 아니다. 사람들이 많이 즐겼던 게임을 통해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살아야 하는지 혹은 그렇게 인식되는지 이야기하려고 한다.
스타크래프트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은 현질(현금으로 아이템을 사서 강화하는 방식)을 통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실력으로 우승하고 주목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사람은 스타크래프트 속 세상처럼 테란(Terran), 첨단 과학기술을 보유한 프로토스(Protoss), 절지동물류에 속하는 저그(Zerg)로 단순화돼서 구분되지는 않는다. 혈액형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일부 사람들은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아무튼 스타크래프트는 세 종족이 보기에도 명확하게 구분되는 외모를 지니기도 했지만 세 종족들은 다른 게임 스타일이 필요했다. 그래서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종족을 골라 처음 시작하기도 한다.
저그는 값싸고 풍족한 유닛이 있었으며 프로토스는 적은 수의 값비싸고 강력한 유닛, 테란은 적당한 가격과 유닛을 이용해서 게임을 하게 된다. 종족이 아니라 전략에 따라 강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게임은 다이내믹한 면모를 보여주며 인기를 누려왔다. 스타크래프트에서는 광물(Minerals)과 베스핀 가스(Vespene Gas)라는 두 가지 형태의 자원을 지원하는데 광물에 비해 베스핀 가스는 희소성도 있고, 노동력을 아무리 많이 투입해도 생산량이 증가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사람의 인생은 혼자 살아갈 수가 없다. 마치 온라인으로 상시 연결되어 있는 게임 속 세상에서처럼 살아가게 된다. 스타크래프트는 비교적 단시간에 결판이 나지만 사람의 인생은 끝이 언제인지는 모르는 기나긴 전략게임을 닮았다.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인생은 게임과 많이 닮아 있다. 게임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디테일하게 조정하기도 했지만 인생에 비해서는 비교적 단순하게 도전할 수 있고 패하더라도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인생은 느리게 진행되는 반면에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게임을 보고 있는 것처럼 명확하게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주관적으로 막연한 희망이나 비관적인 생각이 스며들면 더욱더 인생은 알 수 없게 된다.
스타크래프트가 상대방을 이겨야 하는 게임이라면 인간의 게임에서는 자신을 이겨야 한다. 살아가면서 가족도 있고 친구, 직장동료등이 있을 수 있고 사회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황설정이다. 상황에 적응하고 자신이 가진 자원을 사용해 스킬을 쌓고 어떤 자산을 만들면서 살아갈지는 온전하게 자신이 선택해야 한다. 여기에 스타크래프트와 달리 커다란 변수가 있다. 바로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캐릭터는 자신의 자식이다. 아무리 자신이 전략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잘 설계해서 살아갔다고 하더라도 이 캐릭터는 자신의 제어가 되지 않으면서 가장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앞서 스타크래프트에 자원에는 모든 종류의 생산 활동에 필수인 '광물'과, 고급 유닛이나 건물의 생산, 각종 업그레이드 연구 등에 사용되는 '베스핀 가스'가 있다고 언급했다. 사람은 모든 종류의 소비 활동에는 필수인 돈이 있고 주식이나 아파트, 채권, 가상자산, 상가 등의 자산이 있다. 사람은 어느 정도 나이가 되고 직업을 가지게 되면 단위시간당 얼마의 돈을 벌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어느 순간에는 자신이 버는 돈은 상수가 되어버려서 변하지 않게 된다. 인생전략 없이 한정적인 자원인 돈만을 벌 수도 없고 무모하게 희소성이 있는 자산을 획득할 수도 없다. 여기에 자신에게는 무척 희소성이 있는 자식에게도 투자를 해야 하는데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를 당최 알 수가 없다.
게임에서 광물, 베스핀 가스, 유넷, 건물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여 승리하면 기분이 좋을 수 있다. 인생은 승리라는 것은 없지만 적어도 자원과 스킬, 자산은 시간이 갈수록 균형을 잃어가면서 나중에는 자신이 어떠한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 각종 SNS에서 자신이 어떤 소비를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과 전혀 쓸모가 없어 보이는 비싼 것들을 소비하는 태도, 자신의 자식에게 가능한 모든 자원을 투입하려는 마음, 캐릭터를 성장시키기 위해 아이템에 큰돈을 쓰는 것에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잘살고 있으며 자신이 주목받고 싶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다. 물론 사람마다 자신이 쓰는 돈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것이다.
왜 사람들이 온라인에 연결되지 않은 게임에 빠지지 않을까. 지금 나오는 게임 중에 일부 콘솔게임(콘솔게임조차 다른 사람과 같이 게임을 할 수 있는 모듈을 제공한다.)을 제외하고 대부분 다른 사람이 같이 접속하는 게임이 대부분이다. 자신 혼자 아무리 괜찮아 보여도 다른 사람이 괜찮아 보이는 것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 인기가 있다는 BJ방에서 혼자만 있다면 별사탕을 쏘지는 않는다.
온라인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접속하지 않으면 그 게임을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태어나면서 삶이라는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어릴 때는 자신이 직접 광물을 캐거나 유닛이나 건물을 짓지 않아도 되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자신이 직접 게임에 뛰어들어야 한다. 물론 게임에 뛰어들지 않고 온전하게 부모가 하는 게임에 그냥 관찰자로 머무를 수도 있다. 전인생에서 자신이 캘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다. 자신이 만들어갈 수 있는 스킬에도 제약이 있다. 어떤 스킬은 하루 만에 만들 수도 있고 어떤 스킬은 10년이 넘어야 할 수도 있다. 자산은 만들 수도 있고 만들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식이라는 캐릭터도 선택이긴 하다.
인생에 전략이 없다면 사는 대로 살아가게 된다. 적당하게 필요한 돈을 벌고 만들기 힘든 스킬은 만들지 않을 수도 있고 자산도 자신이 살고 있는 집 한 채 혹은 주식에 몰빵 할 수도 있다. 공부에 재능도 없고 생각도 없는 자식에게 가지고 있는 자원을 모든 투입했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그것이 무의미한 것이었다고 깨달을 수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괜찮아 보이기 위해 미래를 그냥 잘될 거야라는 생각에 그냥 사고 싶은 것을 사고 타고 싶은 것을 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과연 가장 중요한 자신의 삶이라는 게임에서 전략적이었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신과의 게임에서 이길 수가 있을까를 지금 판단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