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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14. 2023

비교의 밀도

세상의 모든 일반적인 갈등의 시작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잘 살고 있는가와 건강한가를 묻는 질문은 전혀 다른 관점이다. 모두들 숫자로 무언가가 표현되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숫자로 모든 것을 표현하려고 한다.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숫자로 표시되어 순위가 정해지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안 보고 싶어도 뉴스에서 SNS에서 하다못해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그 모든 숫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존귀하다고 말을 하면서도 차가운 숫자에 의지해서 순위를 매기려고 한다. 


연인이나 부부, 친구, 가족등의 관계에서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상대적으로 갈등을 만드는 것은 바로 비교다. 상대방을 깔아 내리려는 의도를 가졌던 아니든 간에 대화를 하면서 그 사람이 가진 장점을 무력화하는데 비교만큼 효율적인 것도 없다. 세상 어딘가에는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장점보다 더 큰 장점을 가진 사람은 최선을 다해 찾아보면 반드시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그런 것들이 돈과 관련되면 더욱더 쉬워진다. 돈은 수치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불행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과 같다면 돈으로 비교를 하면 된다. 


사람들은 비교하면서 나름의 우월감이나 자신감을 느끼려고 한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가 가능한 것들로 순위를 매기다 보면 절대로 행복과는 가까워질 수가 없다. 행복이라는 친구는 비교불가한 것에서 다가오기 때문에 비교라는 친구가 들어오는 순간 행복은 나가버린다. 자신에 대해 제대로 표현할 수가 없는 사람일수록 무언가를 비교해서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확인하려고 한다. 자신이 가진 자존감은 누군가가 평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지만 평가할 수 있도록 스스로가 그렇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부부의 갈등원인 중 가장 큰 것은 상대방을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른 남편, 다른 부인과 비교하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조금 더 나은 환경으로 만들기를 원하겠지만 그것은 그 상대방과 살아보지 않는 이상 절대로 알 수가 없다. 표면적으로 나타난 것만을 보고 비교하고 평가하고 자신의 삶이 나아지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 마디로 싸우겠다고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나 똑같다. 


자신이라는 존재가 살아 있고 잘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것이 비교, 비교, 비교를 통해 나아질 수는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교는 무척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다. 비교를 하지 않는다면 세상 사람들은 쓸모없어 보이는 명품을 구입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구매해 봐야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면 그걸 살 이유가 없다. 물론 품질이 너무나 좋아서 구매한다면 상관이 없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명품들은 제작비용 대비 너무나 많은 금액이 책정되어 있다. 


살아가는 방식의 삶을 선택할 때 가장 좋은 것은 누군가와 비교되지 않는 자신의 길을 찾는 것이다. 그 길은 찾기가 무척 어렵다. 길은 대부분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그 길을 가는 것이 더 편하다. 탄탄대로라는 사전적인 의미는 장래가 어려움이 없이 순탄함을 길에 비유하여 이르는 것이다. 누구나 만들어진 탄탄대로에서 수월하게 갈 수 있을까. 그곳에는 전용차로들이 있다. 승용차가 버스전용차로에 들어갈 수 없듯이 그 길은 누군가에게 선점이 되어 있다. 분명히 버스전용차로를 보면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가지 않는다. 가면 사진을 찍히고 과태료를 물기 때문이다. 돈이 너무나 많다면 계속 찍히면서 백화점 상품권이 아닌 과태료 상품권을 내면서 다니면 된다. 


누구나 볼 수 있는 도로는 이미 자신의 도로가 아니다. 그 도로를 가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도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것이 물리적이든 정신적이 든 간에 필요할 수밖에 없다. 아무나 갈 수 있는 탄탄대로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아무리 자신이 발버둥 치더라도 빨리 갈 수가 없다. 그래서 고속도로가 막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나 빨리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도로에서 대부분이 빨리 갈 수 없는 것은 아이러니한 사실이 아닌가. 


사회가 건강해졌으면 좋겠지만 이미 자본주의는 우리의 삶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있다. 비교해서 누군가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산다면 그것만으로 족한 세상에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지방을 가면 그렇게 여유 있고 좋은데 서울이나 수도권만 가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우리는 비교만능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비교는 갈등을 초래하며 관계에 근본적인 문제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당신이 다른 사람보다 열등하다고 계속 이야기하는 사람이나 사회 속에서 행복을 느끼기란 너무나 어렵다. 비교의 밀도가 낮아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보다 자신과 주변사람이 그 비교에서 자유로운지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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