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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의 정원

남망산에 자리한 봄, 밤, 쉼이 있는 통영 디피랑

작년이었던가 우주의 심연을 찍은 사진이 공개된 적이 있었다. 우리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젊은 별들과 오래된 별들 그리고 가스들의 향연이 아름답게 펼쳐진 사진이었다. 빛의 시간으로도 가늠하기에 힘든 거리에 있는 그곳에서는 양성자들이 서로 부딪쳐 헬륨 핵을 형성하는 융합을 거쳐 그 물질 중 일부는 많은 에너지로 전환이 된다. 행융합으로 새 헬륨 원자가 생기면 붕괴하는 원자구름 중앙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우주는 빛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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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시내의 중심에는 남망산이라는 낮은 산이 있는데 예전에는 조각들만 볼 수 있었는데 오래간만에 찾아가 보니 디피랑이라는 국내 최대 규모 디지털 테마파크가 만들어져 있었다.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태양 같은 행성이 있기에 이처럼 색채의 정원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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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피랑이라는 이정표가 있어서 안쪽으로 걸어서 올라가 본다. 디피랑의 운영은 통영관광개발공사가 맡고 있다고 한다. 미디어아트와 미세먼지 저감기술을 접목해 숲, 공원에 자연친화형 구조물 설치를 위한 연출 설계 기술을 적용했다고 한다. 벚나무의 꽃잎은 대부분 지고 적지 않은 소나무들도 있다. 밤에 더 아름답다고 하지만 낮에 걸어보는 것도 꽤나 괜찮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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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출신을 비롯한 국내외 조각가들의 작품이 설치된 조각공원 관람과 아름들이 숲 속공원을 따라 걸으면서 중간중간 통영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풍광이 좋다. 디피랑의 캐릭터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아침에는 시민들의 운동코스로, 낮에는 산책로로 이용되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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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색채의 향연이 아름답다. 통영의 시내를 지나가는 바다도 좋도 곳곳에 자리한 조각들도 의미가 있다. 디피랑은 통영의 유명 벽화마을인 동피랑과 서피랑을 모티브로 미디어아트 기술을 접목해 탄생한 국내 최대 야간 디지털 테마파크로 현대적인 요소에 벅수, 통영항, 자개, 남해안별신굿, 오광대 등을 입혀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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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서 소원지에 다양한 문구를 적어두었다. 사람마다 각자의 삶의 색이 있듯이 다양한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통영 디피랑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국내대표 관광지 선정 및 홍보를 통한 국내관광 활성화를 위해 2년마다 선정하는 ‘2023 ~ 2024 한국관광 100선’에 '통영 디피랑’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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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인공적인 빛을 사용하게 된 것은 전기와 빛의 발견이기도 하다. 금속선에 전류를 통하면 열과 함께 빛을 만들어낸다. 탄소를 덜 배출하는 방식으로 전기를 어떤 방식으로 생산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논의가 될 듯하다. 영국의 자연 철학자였던 토머스 브라운은 전기를 ‘지푸라기와 같은 가벼운 물체를 끌어당기고, 바늘을 일으켜 세우는 힘’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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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보고 있으면 전기로 만들어지는 세상의 변화를 가끔씩 깨닫기도 한다. 남망산은 나지막한 산이어서 걸어서 돌아보는데 무리가 없는 산이다. 이 정도 높이의 산에 올라가서 볼 수 있는 뷰는 그 어떤 곳보다 좋은 풍광을 보여준다. 통영이라는 도시에 의미를 부여하는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대다수의 고고학자가 말하는 세계 최초의 진정한 도시는 BCE 3,000년 이전 유프라테스강 인근 수메르의 우르크라고 보고 있다. 아주 오랜시간이 지나면 통영이라는 도시는 어떻게 기억이 될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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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만들어져 있는 산책로를 돌아서 내려가보면 조각작품들을 볼 수 있다. 시간이 된다면 조각작품에 쓰인 소개글도 읽어보는 것도 좋다. 빨간색의 철쭉이 녹색의 색채와 잘 어울린다. 녹색과 빨강은 크리스마스에 만나볼 수 있는 대표적인 색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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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사람이 만들어낸 빛으로 만든 디피랑도 좋지만 태양의 중심에 있는 화로가 열과 빛을 생성하고, 열과 빛은 천천히 별 내부를 뚫고 표면까지 올라왔다가 텅 빈 우주공간으로 탈출해서 이곳 지구까지 이르러 물체에 부딪쳐 눈에 그 형태를 만들어 봄의 색채를 볼 수 있게 해 준 지금 시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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