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Apr 18. 2023

계절이 숨겨진 부소담악

바다 없는 충북에는 강 위에 절경이 숨겨져 있다. 

대도시를 제외하고 바다가 없는 광역지자체는 단 한 곳뿐이 없다. 산과 강의 절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충청북도가 바로 그곳이다.  단양, 영동, 진천, 괴산 제천 등에는 적지 않은 절경들이 있는데 괴산 산막이 옛길, 단양의 도담삼봉, 영동 월류봉등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까운 곳에 있는 옥천 부소무니 마을 앞 금강에 떠 있는 부소담악에 정감이 간다. 수몰 전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대청호로 인해 잠기고 나서 700여 미터의 암봉들이 병풍처럼 장관을 이루고 있다. 

점점 더 많이 알려져 가고 있는 부소담악은 주차공간도 넉넉하게 조성을 해두었다. 때론 물안개라도 피어오르는 날에는 수채화로도 담아내기 어려운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대전과 공유하고 있는 대청호는 산과 강이 어우러진 충북팔경 중 한 곳인 부소담악이 자리하고 있다. 

배를 타고 중간에 있는 카페도 가볼 수가 있다. 예전에 TV에서 본 적이 있는데 입장료를 내고 쉬면서 음료 한 잔을 마실 수 있다고 한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호수의 뷰가 괜찮은 곳이다. 금수강산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기도 하다. 

항상 가던 곳이 아니라 다른 길로 돌아서 이곳을 걸어본다. 부소담악의 추소정으로 가는 길이다. 수천 년의 시간을 간직한 자연의 신비가 있는 이곳에 날카롭게 솟아오는 바위를 보기 위해 가본다. 요즘에 많이 더워졌는지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데크길로 연결된 이 구간을 모두 걸으면 한 시간 정도가 소요가 된다. 물비늘이 반짝이는 대청호반에 고운 모래가 어우러진 풍경이 금강의 본래 모습이기도 하다. 데크길을 걷다 보면 잔물결이 잔잔하게 다가오는 백사장의 가장자리에 미루나무도 볼 수가 있다. 

대청호반으로 인해 많은 마을들이 사라졌지만 호수의 가장자리에는 일부 마을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 마을에 살아보지는 않지만 때론 물에 비친 반영을 보고 있으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부소담악에 수몰된 마을은 부소무늬였다고 한다. 

부소무늬라는 것은 부소담악의 이름처럼 연꽃 같이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비유를 사용하였다. 이제 추소정이라는 정자는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이정표를 보니 이곳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추소정이라는 정자가 멀지 않았다. 소나무들이 운치 있게 주변에 서 있는 곳으로 가다 보면 봄꽃을 볼 수가 있다. 

이곳에 와보니 화사한 봄꽃들이 보인다. 옥천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다. 사람마다 재능이 다를진대 조선의 마지막 운명을 바꾸어보려던 김옥균은 고종의 변심으로 갑신정변의 실패 후 이곳에 옥천에 내려왔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가 허송세월을 하는 것을 보고 그를 아꼈던 기생 명월은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절벽에 몸을 던졌다고 알려지고 있다. 


사람의 인생이 어떨게 될지 모른다고 하지만 그래도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평일에도 이곳을 찾아와서 봄날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보인다. 

추소정에 올라가서 잠시 주변을 살펴본 뒤에 아래로 내려오다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꽃을 쳐다본다. 내일내일이 새로운 상자를 여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 무언가 나타나기를 기대하기도 하지만 평범하고 일상적인 장면이 갑자기 깨달음을 주는 얼굴이 되어주기도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름 나오는 채소 (油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