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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19. 2023

추노 촬영지

익산의 생금밭이라고 불렸던 구룡마을 대나무 숲

오래전부터 가장 큰 자산을 만드는 방법은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이 있다. 물적자원은 부동산과 같은 움직이지 않는 자산이며 인적자원은 말 그대로 사람이다. 인적자원을 통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최대한 적은 비용을 투입해서 많은 결과물을 얻어내는 방법이다.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노비는 중요한 자산이었다. 말을 할 수 있는 존재로 적은 비용이나 밥값만 지불하면 자산을 증식시켜 주었다. 게다가 남녀 사이에서 나온 자식까지 자산으로 만들 수 있기에 땅보다 더 큰 가치로 인식되기도 했었다. 

이곳은 익산시에 자리한 구룡마을 대나무숲이라는 곳이다. 전체 면적 50,000㎡ 정도로 한강 이남 최대 대나무 군락지로 분포하고 있는 주요 수종은 왕대이며, 일부 구간에 검은 대나무인 오죽 또는 분죽이라 부르는 솜대가 자라고 있다. 구룡마을에서 재배되는 대나무로 만든 죽제품은 우리나라 3대 오일장의 하나였던 강경 오일장을 통해 인근 지방뿐만 아니라 충청도, 경기도 지방까지 팔려 나간 역사적 전통이 있다. 

익산지역뿐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가장 넓은 지역에 대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구룡마을 대나무 숲의 또 다른 멋은 초 여름밤 반딧불이의 군무를 볼 수 있다. 익산이라는 지역이 중요한 도시로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BC 194년에 위만이 고조선의 준왕을 밀어냈을 때 준왕이 남하하여 이 부근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앞서 노비는 한 집안의 큰 자산이라고 말했듯이 노비가 달아나며 재산상의 손실을 입게 된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노비를 추적해서 다시 잡아오는 추노라는 전문직업도 만들어졌다. 노비는 자신의 신체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추노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얻기도 했는데 그 드라마가 촬영했던 곳이 바로 이곳이다. 

마을 입구의 큰 고목을 중심으로 양갈래로 대나무 군락지를 돌아볼 수 있다. 한적한 곳의 마을이지만 대나무로 인해 계절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산과 들을 넘나들며 벌이는 활 액션을 담기 위한 최종병기 활의 촬영도 있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금전적인 가치가 있었던 어떤 것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기도 한다. 사람의 인권이 조선시대와 전혀 다른 요즘 노비라던가 노예의 개념은 사라졌지만 불과 1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사람은 개인에 속하는 자산의 한 종류이기도 했다. 

대나무 숲의 안쪽으로 걸어서 들어가 본다. 숲 안으로 들어가면 주변을 둘렀나 대나무 숲이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이곳의 숲은 치유의 길, 명상의 길, 소통의 길로 나뉘어 있다. 숲 속의 공기를 마시면서 걷다 보면 대나무가 상징하는 것처럼 선비가 된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대나무숲의 뿌리는 그 어떤 뿌리보다 단단하고 서로 연결이 되어 있다. 큰 지진이 나도 대나무 숲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금마면의 구룡마을에는 과거 고조선의 준왕이 쌓았다는 기준성이 남아 있으며 마한, 백제 역사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대나무는 많은 설화에서 등장한다. 왕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이야기부터 구전설화로는 엄동설한에 죽순을 구해서 부모를 보양한 효자의 이야기, 댓구멍으로 하늘을 본다는 속담은 소견이 좁아서 사물의 전모를 정확하게 보지 못하는 것을 이르기도 한다. 대끝에서도 삼 년이라는 속담은 사람이 참고 견디라고 격려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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