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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21. 2023

아가페적인...

전라북도의 제4호 민간정원 익산 아가페정원

사랑이라는 표현은 어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까.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타인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은 이기적으로 자신을 위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다른 물건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려고 하지 않는다. 온전하게 자신만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스스로 자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소비는 줄어들 수 있게 된다. 아주 조그마한 선물만으로 스스로 만족을 할 수가 있다. 

아가페라는 단어는 고대 그리스어로 사랑을 뜻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뜻으로 쓰여왔으나, 보통 거룩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의미한다. 기독교의 요한의 복음서나 마태복음, 고린도전서등에서 사랑은 자주 표현이 되기도 한다. 

언제부터인가 민간정원이지만 지자체등에서 지정해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의 정원으로 활용이 되어가고 있다. 이곳 아가페정원이라는 곳은 전라북도에서 4번째로 지정한 민간정원이다. 이상으로서 인간이 살면서 이상을 지향하듯 조건 없이 어느 대상에 국한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모든 대상에 사랑을 베푼다는 아가페의 이름을 딴 곳이다.

높이 솟구친 나무들을 보면 시원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좋다. 빨리 자라는 나무는 구조목으로 쓸 수가 없다. 느리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큰 나무들은 구조목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성장이 빠른 나무들은 보통 가구를 만들 수 있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더디게 자라는 것이 답답하지만 결국에는 더 큰 결실을 얻는다는 자연의 이치를 때론 잊고 살아간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그걸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이야기다. 자연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그냥 평온감을 주는데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기 때문일까. 

1970년 故 서정수 신부가 노인복지시설인 아가페정양원을 설립하였으며, 시설 내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위해 자연친화적인 수목 정원을 조성한 것이 지금의 아가페정원의 시작이라고 한다. 정원 자체가 수목원처럼 잘 가꾸어진 늘 푸른 숲을 시민들에게 개방하여 휴식과 정서함양을 제공하고자 2021년 3월 민간정원으로 등록한 후, 정비사업을 거쳐 시민쉼터공간으로 재탄생하였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나 있는 메타쉐콰이어는 이곳 정원의 울타리와 같은 느낌을 받게 해 준다. 향나무, 소나무, 오엽송, 공작단풍, 백일홍 등의 관상수로 이어진 숲길을 걸으면 왜 사람들이 마당을 원하고 대단지 아파트에서 공원을 선호하는지 알 수 있다. 

오래전에 이리라고 불려졌던 도시 익산은 볼 것이 많은 도시다. 아마도 젊은 세대들은 이리라는 이름을 들어본 기억이 별로 없을 듯하다. 철쭉과 영산홍. 우거진 푸른 녹음 속에 붉은빛이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만들고 포멀가든도 볼거리 중 하나다. 

반세기가 넘게 조성하고 나서야 이런 모습이 된 것을 보면 무엇이든지 느리더라도 시작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나고 보면 그때 시작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걷다가 문득 하늘을 바라본다. 나무가 한 곳으로 모여 있는 것은 아니지만 꼭 한 곳을 향해 자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메타쉐콰이어의 Meta는 그리스어 μετά에서 유래했다.  "사이에, 뒤에, 다음에, 넘어서"를 의미하는데 변태, 변신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metamorphosis에도 사용이 되며 요즘에 메타인지라고 해서 긍정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주변에 있는 것들을 자세히 살펴본다고 한다. 나이가 드신 분들이 자연을 좋아하게 되는 것은 그때에 이르러서야 자연이 좋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곳을 구분하자면 동양적인 정원보다는 서양식 정원에 가깝다. 서양은 영국의 경우 자연주의에 입각해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한 설계를 했지만 프랑스의 경우 기하학적으로 만들어 구조물의 느낌을 받게 만들었다. 이곳은 영국식과 프랑스식의 절충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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