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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27. 2023

열무국수와 아라메

더위를 식혀주는 서산 아라메의 솔바람길과 시원한 맛

서산이라는 도시는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특징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간척지구가 있어서 바다였던 곳이 땅으로 바뀐 곳도 있다. 서산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탁 트인 곳에서 서산의 자연을 만끽하며 걸을 수가 있는데 그 길을 아라메라고 부르고 있다. 오래된 표현으로 바다의 고유어은 아라와 산의 우리말인 메가 합쳐진 것이 서산을 상징하고 있다. 한글로만 본다면 기원전 860년에서부터 기원전 590년까지 존속했던 우라르투의 초기 왕의 이름도 아라메라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만 지나면 한국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할지도 모른다. 아마도 지구자체의 모습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고 걸었던 길들이 길이 아닌 곳이 될 수도 있다. 아라메길이라고 불리는 구간은 총 6개 구간으로 10개 코스로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이곳은 서산 보원사지로 이어지는 길로 여름에 특히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5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서산에서 중심이 되는 공간이었을 수도 있다. 이 길에 붙여진 이름은 서산 아라메길 솔바람길이다.  

한국의 오래된 불상들을 보면 마치 아즈택 문화를 연상하게 한다. 전혀 다른 문화권이지만 문화를 살펴보면 생각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접하게 된다. 아즈택에서 가장 기본적인 화폐 단위는 한국에서 자주 사용하는 메신저인 카카오였다. 카카오콩은 기본적인 화폐 단위로 사용되었는데 그러고 보면 시대에 따라 생각지도 못한 가치가 부여되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는 많은 선비들이 찾아와서 그 흔적을 남겨두었다. 그냥 멋스러워 보이고 아름다운 바위나 흔적에 이름을 붙여두고 후세들에게 계속 전달하기도 했었다. 


보원사지와 서산마애삼존상이 있는 이 길은 사색의 길이다. 사찰에서 저녁은 회향의 시간이라고 한다. 저녁예불을 하며 첫 번째로 외우는 게송이 있다. 정향은 욕심과 상념과 고집을 내려놓으면 번죄가 없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향기가 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서산이라는 도시의 지리적인 위치는 중국에서 부여로 이어주는 지름길로 중국과 소통하는 길이기도 하다. 대사찰이 있었던 이곳에는 불교문화를 꽃피웠을 것이라고 상상해 볼 수 있다. 

옛날에도 유행하던 것들이 있다. 지금과 살아가는 방식은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법화경은 백제 시대에 사회에서 유행했다고 한다. 용현이 마애여래삼존불상은 불교사 연구에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데 법화경의 원문은 네팔에서 산스크리트어로 쓰였다고 추측하며  7세기 초반 백제의 승려 혜현(惠現)은 승려가 된 이래 법화경 외우기를 과업을 삼아 기도하면서 복을 빌었다는 이야기가 삼국유사에도 나온다. 

서산은 또 다른 백제문화의 모습이기도 하다. 백제의 수도가 된 적은 없지만 소통의 여정 지였던 것을 분명해 보인다.  본존(本尊)은 머리에는 보주형(寶珠形) 두광(頭光)이 있으며  우협시보살(右脇侍菩薩)은 머리에 높은 관을 쓰고 상호(相好)는 본존과 같이 살이 올라 있으며, 눈과 입을 통하여 만면에 미소를 풍기고 있다. 좌협시보살은 통식(通式)에서 벗어나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을 배치하였다. 

5월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지만 여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여름 하면 생각나는 두 가지 국수는 열무국수와 콩국수다. 둘 다 시원하지만 맛은 전혀 다르다. 이제 아라메라는 길을 걸었으니 이른 열무국수의 맛을 봐야 할 시간이다. 

아라메길을 걷고 가다가 서산의 국숫집에서 열무국수 개시라는 문구를 보고 들어갔다. 벌써 열무국수가 나올 때가 되었던가. 열무국수는 뭐니 뭐니 해도 열무가 좋아야 한다. 열루마라는 이름은 여린 무에서 유래했는데 원래는 어린 무의 줄기였지만 현재는 개량종인 열무를 사용해서 김치도 만들고 이렇게 국수도 만들어 먹는다. 

부처님 오신 날에 밥때를 잘 맞춰서 사찰에 가면 열무국수를 내어주는 곳이 생각보다 많다. 사찰에서 먹는 열무국수는 왜 이리 맛이 좋던지 스님들은 고기나 강한 향신료를 안 넣으면서도 맛있게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많이 연구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부처님이 오실 때 열무국수도 같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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