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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29. 2023

사람의 향기

전설적인 조향사의 샤넬 No.5는 아니지만 나만의 향수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향기가 있다. 사회적 지위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상관없이 모두 향기가 있다. 사람은 때론 색다른 향기를 가진 사람에게 매력을 가지게 된다. 자신은 모르지만 자신이 살아온 패턴이나 어떤 것을 먹고 소비하느냐에 따라 공간의 냄새가 달라진다. 그래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향을 쉽게 느껴지 못한다. 이미 스스로가 그 향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향수에 대해 강렬하게 느끼고 생각하게 한 책은 파트리트 쥐스킨트의 향수였다. 나중에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지만 그걸 읽었을 때 사람의 겉모습뿐만이 아니라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람의 향기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물론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비극적인 삶을 살다가 자신이 원하는 향수를 얻기 위해 여성들을 살해하지만 그것 역시 자신이라는 존재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극적인 선택이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의 시대배경은 18세기 프랑스였기에 지금과 같은 인공향수가 없었다. 자연 속의 모든 재료를 활용하여 응축해서 향수를 만들던 때여서 조향사의 능력이 무척이나 중요했던 때였다. 

지금 백화점의 1층을 가면 가장 많이 보는 판매점은 화장품과 향수다. 백화점의 주요 고객인 여성을 대상으로 지갑을 열게 하는데 화장품과 향수만 한 것이 없다. 여성은 향에 민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향에 덜 민감한 편이지만 남들과 다르게 디테일한 사람들은 여성보다 더 향에 민감하기도 하다. 

수만은 명품 브랜드는 대부분 향수를 출시한다. 향수를 만들어서 파는 것은 수익이 좋은 것도 있지만 그 브랜드만의 향을 사람들에게 각인한다는 의미도 있다. 자연적으로 응축된 향수만을 만들었던 시대에서 지금과 같은 알데하이드(Aldehyde)가 큰 역할을 했다. 알데하이드는 광범위하고 다양한 화학반응을 하는데 카르보닐기의 성질 때문에 화학적 활성도와 반응성이 큰 것이 특징이다. 쉽게 산화되어 산으로, 그리고 환원되어 알코올로 된다. 

이곳에서는 자신만의 향수를 만들어볼 수 있다. 보통은 세 가지를 비율에 따라 배합해서 만드는데 그 배합에 따라 각기 다른 향수가 만들어지게 된다. 자신만의 향수를 만들어보는 공간이다. 전설적인 조향사라는 에르네스트 보는 재스민, 장미, 일랑일랑등을 메인으로 해서 온갖 고품질의 향수 재료를 집어넣어 만들었지만 그 향기가 너무나 강해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그때 인공적이면서 화학약품의 냄새를 만드는 알데하이드를 쓰면서 새로운 발상은 꽃향과 조화하면서 매혹적인 향으로 변신하게 된다. 그것이 지금의 샤넬 No. 5의 탄생이다. 

우선 조향을 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많은 향이 있는 곳에서는 쉽지가 않다. 그래서 향을 맡는 대신에 재료가 가진 의미를 보고 배합을 해보기로 했다. 메인은 가든워크와 로즈프릭을 넣고 약간의 가향은 히어로를 선택해 보았다. 

파스텔색톤의 가벼운 그림을 그려보았다. 이 향수를 뿌린 사람은 자연과 다양한 색이 펼쳐져 있는 대지위에 집과 같은 평온함을 느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현실 속에서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려웠지만 자신의 생각에서라면 가능하다. 


배합을 한 다음에 나머지는 향이 묻어 나오는데 필요한 알데하이드 같은 것으로 채운다. 그 비율에 따라 샤워코롱, 오드 코롱, 오드 뚜왈렛, 오드 퍼퓸, 퍼퓸으로 등급이 나뉜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원액으로 모두 채운다고 해서 향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퍼퓸에는 원재료가 많이 들어가기에 가장 비싼 것도 사실이다. 

향수는 때론 사람의 기분을 변화시켜주기도 한다. 상황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데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공간에 들어오는 순간 다양한 향을 맡을 수 있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새로운 향에 대해 둔감해지기 시작했다. 선택한 원액을 방울방울 조심스럽게 넣고 다른 원액도 나름의 비율을 지켜 넣어보았다. 머릿속에 향수에 대한 생각이 번지며 편안함이 무엇인지 느끼게 한다. 때론 답답한 인생 속에서 변화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 중심에는 자신만의 향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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