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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30. 2023

시간의 관념

장동에 펼쳐진 청보리밭의 시간적인 View

누군가가 필자에게 시간을 물어본다면 1시 반이면서 2시 반이야라고 말한다면 '뭔 소리야'라는 말을 들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1시 반과 2시 반이 동시에 공존할 수는 없다. 1시 반이 지나고 나서 2시 반이 될 수가 있다. 그렇다면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과연 흘러갔다고 볼 수 있을까. 그냥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인류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지구가 자전하는 것을 12등분으로 나누어 24시간이 되고 태양을 한 바퀴 돌면 365일이 된다고 약속을 한 것에 불과하다. 

5월이 되면 가장 먼저 다가오는 날은 근로자의 날이고 그다음에는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날의 다음날은 입하라는 절기로 여름의 시작을 알려준다. 이제 막 더워지기 시작하고 있다. 대전 대덕구 장동에는 이 맘 때쯤 가면 청보리를 볼 수가 있다. 보리밥으로 유명한 음식점이 몇 곳이 있기에 어울리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봄이면 파릇파릇 싱그러움을 더할 수 있는 여행지로 장동의 청보리밭을 방문해 보아도 좋다.

보리보다 하얀 쌀밥이 더 인기가 있었던 과거가 있었지만 이제는 보리는 건강식으로 쌀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지구에서 살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같은 시간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지구가 포함되어 있는 태양계는 은하의 중심을 공전하는데 1초에 250km의 속도로 이동을 한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상상도 못 할 속도로 움직이는 지구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아무런 느낌이 없다. 다른 사람보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을 느끼고 싶다면 차를 타고 경부고속도로를 300km의 속도로 달리면 시간지연 현상이 일어난다. 그 효과가 미미해서 그렇지만 속도가 빨라지면 시간은 점차 느리게 가게 된다. 문제는 아무런 방해 없이 그렇게 부산까지 도착한다면 100만 원을 훌쩍 넘는 딱지를 조만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영화 분노의 질주는 시간의 질주가 적합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그렇게 달려서 시간좀 저축하셨나요. 

옛날에 정확한 시간에 대한 개념이 없었을 때 1년은 매년 새롭게 시간이 시작되는 것으로 생각하면서 살았다. 즉 1년이 매년 새로워지는 것이다. 몸은 나이를 먹어서 노화과정을 거치지만 시간은 똑같이 반복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설날이나 추석이 중요한 명절이었던 이유도 그런 것이기도 하다. 몇 년 전부터 이맘때 장동을 찾아오는데 풍경이 약간씩은 달라지지만 청보리가 자라는 풍광은 비슷비슷하다. 

필자에게 기억이 없다면 시간의 순서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기억은 시간의 순서를 만들어준다. 3년 전의 청보리와 2년 전 청보리, 1년 전 청보리가 어떠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기억을 하고 있다. 자연을 보고 듣고 즐기는 여행은 정신건강에 이롭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젊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젊게 보일 수는 있어도 목에 생기는 주름은 어쩔 수 없다. 개인적으로 시간은 정확한 것도 없어 보인다. 단지 관념에 불과하지 않을까. 분명히 모든 사람들은 약속을 했기 때문에 많은 것을 할 수 있었고 계속 시간약속을 하며 무언가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봄에 씨를 싹 틔워 모로 성장시킨 후 여름에 그 모를 심어서 가을에 거두는 벼에 비해서 보리는 겨울에 바로 씨를 뿌려 여름쯤에 추수할 수 있기 때문에 입하라는 절기가 중요하다. 

쌀보리는 우리가 주식으로 삼으며 주로 평야지대의 논에서 이모작으로 많이 생산하고 있다. 겉보리는 주로 사료나 맥주의 재료로 많이 사용되는데 관심법으로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는 궁예가 온갖 폭정으로 민심을 잃어 왕건을 새로운 왕으로 추대하는 역성혁명에 의해 쫓겨난 뒤 도망치다가 배가 고파서 보리의 이삭을 주워 먹던 중 백성들에게 붙잡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시간은 빠르게 가나 느리게 가나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에 달려 있다. 자신의 시간은 다른 사람에 의해 측정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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