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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08. 2023

자작한 짬뽕

옥천의 군북면을 즐기는 맛과 서정공원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상태가 가장 좋지만 그걸 맞추는 것이 좀처럼 쉽지가 않다. 넘치는 것은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는 부족한 것은 채울 가능성이 있지만 넘치는 것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을 때가 많다. 이미 지나쳐버린 것을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짬뽕을 좋아하는 편으로 과한 국물이 있는 짬뽕보다 야끼짬뽕과 같이 자작한 국물을 선호하는 편이다. 

옥천의 군북면이라는 지역은 그 면적으로만 본다면 대전의 한 구보다도 더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옥천을 대표하는 여행지인 수생식물학습원, 부소담악, 옥천이지당, 추소정, 청풍정, 미르정원등 볼거리가 넘치는 곳이기도 하다. 

군북면은 대전과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상당수의 평지가 대청댐의 건설로 수몰되었다. 군서면 오동리 경계에 백제와 신라의 격전지였으며 백제가 신라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방어시설을 구축한 요충지인 탄현도 군북면에 자리하고 있다. 백제 멸망 당시 충신 흥수가 의자왕(641~660)에게 조언할 때도 ‘백강(白江)과 탄현은 우리나라의 요충지여서 한 명의 군사와 한 자루의 창으로 막아도 1만 명이 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듣지 않아 신라군이 넘어서 황산벌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런 역사적인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제는 야끼짬뽕을 먹으러 가본다. 보통 야끼짬뽕은 2인분 이상인 경우가 많은데 이 음식점은 1인분도 주문이 가능해서 좋다. 

짬뽕 앞에 붙는 야끼(やき)는 일반적으로 구웠다는 일본식 표현이다. 원래 짬뽕도 볶아서 내놓으니 의미는 볶아서 내놓는다는 짬뽕이라는 음식이다. 야끼만두는 군만두의 비 표준어이기도 하다. 야끼짬뽕을 주문하면 해물과 고기, 면이 적당히 버무려진 요리가 나온다. 

국물에 자극적인 느낌이 없어서 부담이 없다. 맛있는데도 건강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맛이랄까.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옛날 폐철도부지를 활용해서 만든 서정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그렇게 규모가 있지는 않지만 분위기가 좋아 보이는 서정공원이다. 서정공원에는 주차공간을 비롯하여 정자와 관목 단지, 자작나무 숲, 어울리 숲, 야생화단지 등이 조성되어 있고 원형으로 걸어볼 수 있는 길이 만들어져 있다. 

나들이를 하듯이 나와서 서정공원을 돌아보면 다양한 시를 읽어보면서 사색해 볼 수 있다. 햇빛을 받아서 반짝거리는 초록 잎과 앉아 있으면 어디선가 올라오는 흙 내음과 촉촉한 숲의 습도를 먹고사는 식물들도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공원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중요한 공공재이기도 하다. 누구나 집에 큰 정원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먹을 수 있어서 유용한 채소를 키우면서 식물이 가진 가치를 알 수가 있다. 

향토적 정서를 담은 시인으로 옥천의 정지용 시인이 있는데 그는 순수 서정시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람이기도 하다. 때론 시대적 상황에 무력한 자신의 정신적 허기와 갈증을 그려내기도 했으며 암울한 현실에 구애됨이 없이 자연에 몰입하고자 했다. 

가끔씩 이렇게 나와 맛있는 음식과 공원 속에 자연을 만나는 것도 좋다. 모든 것을 즐기기 위해서는 근육이 필요하다.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서는 다양한 음식을 즐겨봐야 알 수 있다. 어떤 운동을 하든지 간에 특정근육이 발달하며 아름다운 것을 보기 위해서는 눈의 근육이 필요하며 마음을 담기 위해서는 마음의 근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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