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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25. 2016

Home Alone

당신만의 촛불이 켜지는 시간

Home Alone은 크리스마스 때만 되면 TV 브라운관에 등장하는 영화 제목이다. 미국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집에 아이 혼자 두고 나가기를 실수로 감행했던 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91년에 개봉한 나 홀로 집의 주인공 케빈은 골칫덩어리이긴 하지만 매우 똘똘한 아이다. 캐빈보다 지적 수준이 더 떨어질 것 같은 도둑들은 그 집을 털이를 하려다가 된통 당한다는 이야기가 재미나게 그려졌었다. 


2016년은 촛불의 원년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전국에 촛불을 불타올랐다. 과거 강경대응기조를 유지해오던 경찰들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예전과는 다른 대응기조를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평화시위는 계속 이어갈 수 있었고 보이지는 않지만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을 조금씩 느낄 수 있다. 


행복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행복하다는 것은 누구와 함께 있든 간에 자신이 평온한 상태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이지 않을까? 1인 가구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사회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각종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행복을 찾기 시작했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물론 소득이 너무 낮아 자신 한 몸을 건사하기에도 힘든 사람들의 비중도 적지는 않다. 그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1인 가구에 편입되기도 하지만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은 행복의 기준을 다르게 판단하고 생각하는 변화의 전환점에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될 때가 된 듯하다. 


Home Alone은 말 그대로 집에 혼자 있게 되는 것을 말한다. 최근 Home Alone은 누군가 실수에 의해서 혹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혼자가 되어 집에서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집이 그냥 거주의 공간이 아니라 나를 대변하는 그런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집안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미디어, 디지털기기, 인테리어 등의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나 연말, 연시, 명절 등의 사람들과 어울려야 만족해야 할 분위기는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바뀔 전망이다. 혼자서 있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한다 하더라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변화다. 한국 상당수 산업의 미래 가능성은 중국과 중첩되어 있고 고부가가치 산업은 유럽이나 일본에 뒤쳐진다. 소프트웨어 기반의 창의적 미래 산업은 미국을 따라가기 힘든 상태이다.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얄팍한 지갑 사정에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 중에 현실적인 것은 혼자 보내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몰리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집에서 당신만의 촛불을 켜놓고 있을 때 영화에서 처럼 빈집털이범이 찾아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겠지만 의외의 지인(반갑지 않은 사람일 수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같이 있는 것을 너무 좋아하다 보면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든다. 굳이 점수를 얻기 위해서나 좋은 직장을 가지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닌 어학공부도 또 다른 자신의 발견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Home Alone을 잘하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 및 사고방식만 통제하려고 하지 다른 사람을 통제(이건 상호 간의 약속과 다르다)하려고 들지는 않는다. 남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하는 것은 타인에 대한 존중심이 부족하다는 의미이고 이는 자신을 비롯하여 타인에게까지 불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진심으로 믿는 것이 반드시 진실이 아니듯이 사회가 혹은 다른 사람이 이래야 된다는 생활의 상식 또한 때론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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