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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29. 2016

평범하게 사는 것

흙수저에게는 가능하지 않은 것

많은 사람들이 혹은 부모세대들이 말한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좋다고 그렇게 살라고 말이다. 일반 서민들이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어릴 때 별다른 걱정 없이 학창생활을 하며 부모의 사랑을 받고 20살까지 공부한 다음 자신의 능력에 따라 대학에 진학한다. 그리고 대학에서도 적당하게 학점을 유지하면서 지내다가 졸업해서 양질의 일자리가 있는 직장에 들어가 대한민국 평균 수준 정도의 급여를 받고 일하다가 역시 나와 비슷한 경제 수준의 환경에서 자란 이성과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부담 줄 정도의 대출이 없는 도시 내의 집을 구한다. 이때 부모의 경제적 도움은 필수이다. 그리고 직장은 60세 초반까지 잘 다니다가 퇴직하는 그런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의 비중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지금 한국사회에서 저런 평범한 삶을 살려는 마음을 먹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이다. 주변에서 보더라도 학창 시절 때부터 아주 평범한(?) 중산층 부모를 둔 사람들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다면 그런 사회의 구조적인 빈자리를 국가가 채워주는가... 그것도 아니다. 획일적인 교육 시스템과 줄 세우기 식 교육에는 그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사교육이 문제가 된 지 오래되었지만 그것 또한 자식을 평범하게(?) 살게 하려는 부모들의 소박한(?) 욕심에서 시작된 것이다. 모두가 똑같은 교육을 받아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원래 교육이란 각자의 재능을 발굴해주는 것이 근본적인 목적이겠지만 그걸 하려면 우선 머리가 아프다. 


국가가 원하는 대로 그리고 부모가 원하는 대로 열심히 살다 보면 평범하게 살 줄 알았는데 웬걸 평범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TV나 온갖 강연회에 나와서 자신의 무용담(?)을 들려주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잠시 사로잡히고 헛간에서 시작했다는 빌 게이츠 이야기나 학창 시절 단순히 학교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시작했던 것이 지금의 페이스북이 되고 단돈 얼마로 시작한 검색엔진을 지금의 구글로 만든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를 보며 혹시(?)하는 상상에 잠시 빠진다. 


그러다가 현실로 돌아오면 아침에 일어나 잠시 페이스북에서 친구들의 상태를 확인하며 페이스북의 트래픽량을 올려준다. 출근하며 마시는 한 잔의 스타벅스 커피는 억만장자 하워드 슐츠에게 도움을 주고 직장까지 가는 데 사용하는 자가용은 굴지의 대기업 회장이 사옥을 사는데 많은 도움은 아니더라도 보탬이 된다. 나에게 선물하는 작은 사치라며 산 작은 명품은 장인에게 한 땀 한 땀 잘 만들게 시킨 유럽의 명품회사 CEO의 꿈을 키워준다. 매일 부지런하게 일하고 때론 야근도 마다하지 않으며 일한 나의 노력은 회사의 매출을 올려주면서 사장이 조금 더 미소를 짓게 하는데 아주 작은 역할을 해준다. 


그렇게 열심히 열심히.. 하루를 보내다 보면 그냥 나이만 먹는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돈은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나눠주면서 하루하루를 알차게 산 것 같은데 미래는 불투명하고 평범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엣 말에 따라 없는 가운데 조금씩 모았는데 티끌은 그냥 티끌에 불과했다. 티끌이 조금 모아질 만하면 하늘이 어떻게 알았는지 몰라도 쓸 일이 생긴다. 


평범하게 살기 위해서는 목표가 평범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특별하게 사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매일매일 같은 생활의 부지런함은 별로 의미가 없다. 그냥 하루하루를 연명할 뿐이다. 불평등하다고 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조부모님부터 부모님 그리고 나로 이어지는 삶에 최소한 은수저가 있었다면 모를까.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가는 빛 본다는 말은 사실 거짓이다. 다른 사람과 다른 차별성을 가지면서 독특한 경쟁력을 꾸준하게 개발한 성실성만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아이디어만을 생각한 것을 가지고 대단한 것처럼 착각하는데 아이디어는 그냥 아이디어일 뿐이다. 아이디어는 첫걸음 조차 되지도 못한다. 아이디어만 가지고 간절함이 생겨나지도 않고 어떠한 동력도 발생하지 않는다. 


오늘도 나름의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세상 온갖것에 경험을 쌓으려 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있다. 어제와 다른 나는 내일은 또 다른 깨달음을 얻기를 바라지만 세상에서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오로지 숨 쉬는 것뿐이라는 진리를 벗어나기 힘들다. 내 마음도 내 마음대로 컨트롤되지 않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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