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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27. 2023

부패의 밀도

한국사회 공동체는 결국 바뀔 수가 없는가. 

경제력으로만 본다면 세계 10위권의 한국의 부패지수는 40위권에서 머물러 있다. 압축성장을 한 한국은 경제규모는 빠르게 성장했으나 의식 수준은 그 수준에 맞게 성장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 일인당 GDP가 100달러에 불과했던 한국이 30,000달러를 넘었던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미래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시대를 살아왔다. 그렇지만 지금 세대는 이미 10,000달러를 넘어선 시대에서 태어나 풍족한 세상을 보면서 자라났다. 30,000달러대인 GDP는 쉽게 더 높아질 것 같지는 않다. 


일명 MZ세대로 불린 이들은 부족한 것이 없는 사회에서 성장하면서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미래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부모세대들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부족하게 살아가는 가운데 성장하는 것을 보아왔다. 그렇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자라고 있는 세대에게 부족해도 살만한 세상이라고 말하면 설득이 될까. 


문제는 앞으로 한국사회의 성장동력이 신뢰에 기반해야 된다는 것이지만 부패가 있으면 사회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살기가 쉽지 않다. 한국은 엘리트형 카르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기회조차 박탈을 당하고 있다. 동양에서 가장 낮은 부패지수를 보이고 있는 싱가포르의 경우 고위공직자나 법조인들에게 대한 잣대가 정말 엄격하다. 그 결과 많은 세계기업들이 싱가포르에 투자를 한다. 싱가포르 국민들은 노력을 하면 그 성과가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세계기업들이 어떤 나라에 투자를 하는 것은 법인세가 낮기 때문이 아니다. 신뢰에 기반하며 투자를 했을 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결정을 하는 것이다. 부패지수가 낮은 국가에서는 법조인들의 카르텔이나 전관예우 같은 것은 찾아볼 수가 없다. 물론 언론인들도 이해관계에 의해 사실을 왜곡하던가 진실된 거짓을 발표하지도 않는다. 


카르텔이라는 것은 이권을 독식하는 것이다. 끼리끼리의 문화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누리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한다. 자신이 노력한 것에 과도한 정당성을 부여하며 장벽 밖에 있는 사람들의 권리는 안중에도 없다. 부패라는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에 지속적인 균열을 가져온다. 감시와 감독을 해야 될 대상과 그 주체가 네트워크를 이루게 되면 문제에는 눈을 감고 이권에는 관대함을 보인다. 


범죄를 저지르는 악인조차도 자신이 하는 일이 악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부패했다고 생각하는 존재는 자신이 부패했다고 생각을 안 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권리에 취하고 나면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고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결국 막다른 길에 이르던지 더 큰 부패를 저지르는 존재가 된다. 부패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신뢰다. 부패한 사회는 절대적으로 사람사이의 신뢰는 무너지게 된다. 신뢰가 없는 사회가 어떻게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을까. 


80년대와 90년대에 사회적 성공을 거두었던 세대들은 자신의 자식세대들이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사회적 지위의 대물림을 시도하고 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패한 공직자나 정치인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이 그런 위치에 놓일 경우 인정에 호소한다. 부정하게 돈을 축적했어도 그걸 부러워한다면 영원히 부패지수는 낮아질 수가 없을 것이다. 공자는 시 305편을 산정한 후에 사무사(思無邪)라고 말하였다. 생각함에 간사함이 없고 마음이 바르면 모든 사물에서 바름을 얻게 될 것을 설명한 말이다. 부패는 생각에 간사함이 넘치는데도 불구하고 그 생각이 바르다고 생각해서 벌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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