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음식문화를 보존하는 익산의 고스락
우리의 음식문화는 서양과 달리 독특한 특징이 있다. 서양의 경우 식재료를 하나하나의 음식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 처음 온 사람에게 비빔밥이나 불고기덮밥을 주고 먹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으면 하나씩 집어먹고 난 다음에 밥만 남기게 된다. 한국처럼 다양한 반찬을 두고 밥을 먹는 식문화는 서양의 경우 익숙하지가 않다. 고기를 먹는 방법 역시 심플하다. 다양한 반찬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장이다. 된장이 베이스가 되어 간장을 만들고 고추장을 만들어낸다. 이 장들은 다양한 식재료에 맛을 내는 데 사용이 된다.
외국음식의 경우 스파게티나 스테이크등이 일반적이지만 반찬은 그렇게 많지가 않다. 반면 한국의 경우 냉면이나 막국수, 비빔밥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음식은 다양한 반찬이 나온다. 서양식에 비해 많은 수고가 들어가는 것이 한국음식의 특징이다.
전국에 장을 담그면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곳을 자주 찾아다니는 편인데 이곳은 익산의 고스락이라는 곳이다. 지금이야 김치냉장고를 대부분 사용해서 장독을 사용하는 집이 거의 없지만 음식점 또한 그렇다. 고스락은 오래전에 사용했던 장독도 지금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장독에서 익어가는 다양한 장들이 이곳에 있다. 이곳에서 본 장독 중 하나에는 쇼와 연호를 볼 수 있었다.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히로히토가 제124대 일본 천황으로 재위하고 있을 때 사용했던 연호로 일본 역사상 최장기간인 1926년 12월 25일부터 1989년 1월 7일까지 사용되었으며 그 의미는 '국민 평화와 세계 각국의 번영 및 공존 기원'이다.
이곳에서는 음식도 먹을 수 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건강한 맛의 음료도 맛볼 수 있다.
식문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발전하면서 시대에 적응해 간다. 편의점등에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한 끼의 식사가 일반적인 이때에 음식문화를 보존하는 것인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것에 기본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통이 흔들리는 식문화는 모래 위의 누각과 같아 기초가 견고하지 못하면 사라지게 된다.
엄청나게 많은 장독들이 다양한 맛을 품은 채 이곳에 놓여 있다. 문화의 힘은 단일성이 아니라 다양성에서 나오게 된다. 생각이나 사상이 문제가 되는 것은 다양성이 없어질 때다. 음식문화에서 앞서 있는 나라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식재료와 조리법을 포함한 식문화의 다양성이 살아있다.
돌로 만든 솟대들이 하늘을 바라보면서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왜 외국사람들에게 쉽게 소개하는 음식으로 비빔밥과 불고기, 김치뿐이 없을까. 한국에는 정말 많은 음식이 있고 지역마다 색다른 음식들이 있다. 한 끼의 식사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단순히 우리가 몸을 지탱하기 위해 먹고 마시는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이렇게 장문화를 지켜나가는 음식점은 그래서 반갑기도 하다.
돌담길 따라 장독을 보면서 전망대로 이동을 해본다. 음식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는 일본의 경우 장을 만드는 회사만도 천여 개가 넘고 지역마다 다른 맥주와 사케를 만드는 곳도 많다. 경제논리로 몇 개의 기업이 독점하게 되면 음식문화가 발달하기가 쉽지 않다.
상당히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는 익산의 고스락이다. 장류는 식물의 독성을 제거해 주어 산과 들의 초본류 식물들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게 해 주는데 기근과 같은 상황에서 채소나 들판의 나물류들을 섭취하는데 필요불가결한 식료이다.
옛날 사람들은 장을 담글 때 깨끗한 물을 떠 놓고 간장과 된장이 잘 익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기도 했었다. 음식은 장맛이다라는 말은 그냥 옛날말이 아니다. 전통장은 우리 식생활에서 뗄 수 없고 건강에 좋은 대표적인 발효음식인 만큼, 장이 맛있게 익어 잘 숙성된 장을 넣은 음식을 다시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